1. 지남력 장애
지남력이란 감각 및 운동기관이 온전한데도 불구하고 목적성 있는 행동을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기능을 말한다. 올바른 지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주의력 등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사람, 장소, 시간의 지남력으로 구별된다.
이 지남력 장애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후군이다. 섬망은 주로 감염, 열병, 저산소증, 저혈당, 약물중독, 약물 금단, 간성뇌증 등과 같은 대사장애와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면 대인 관계에서 누구와 약속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누구와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또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2. 이해력 장애
어떤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해도 상대의 말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런 증상은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여 우정에 금이 가고, 사교생활이 불가능해지며, 끝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한때 이런 사람을 저팔개라고 했던가? 직장에서 외톨이가 되고, 마침내 고독과 고립이라는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대인기피증, 자폐증에 이르기도 한다.
알코올중독 치료의 어려움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이해력 장애다. 집단 치료나 개별 상담 치료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이런 증상이다. 치료자가 질문을 해도 그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여 치료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많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보였다.
3. 판단력 장애
이미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대뇌 전두엽의 신피질에서 주관한다고 설명했었다. 술을 대량으로 장기간 마시면 대뇌피질의 손상으로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모든 일에 판단력 장애가 발생한다.
직장에서 일에 지쳐 늦게 귀가한 남편에서 아내가 따뜻하게 맞아주지는 못하고 독한 말로 소위 바가지를 긁는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머리칼이 곤두선다. 주먹이 쥐어진다. 그러나 이성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한다. “약한 여자 때릴 데가 어디 있어. 내가 참아야지. 화나는 대로 화풀이해 보아야 나만 손해지. 내일 아침 밥상부터 달라질 텐데.” 그래서 아내에게 손찌검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화를 푼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판단력 장애가 오고,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이런 화를 참아보고 다른 방법으로 화를 해소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이성이 하는 울화의 해소 방법을 건너뛰게 된다. 그리하여 이런 일에 익숙하게 되면 모든 일을 감정이 시키는 대로 처리하게 된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1) 축소증 : 이미 알코올중독자들의 본능적 방어기제에서 설명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하면 술을 못 마시게 되니까 마시기 위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자신은 술 문제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증거가 명확하여 부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사실을 축소한다. 그래서 계속 마실 수 있으니까.
이런 일을 자주 하다 보면 하다 보면 나중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잘못도 이런 식으로 축소해서 판단한다.
2) 비약증 : 축소증과 반대로 자신의 일이 아닌 상대방의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큰 일로 과장하여 생각한다. 한 예로 중독자는 자신의 음주 책임을 결코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가족의 사소한 실수를 자신에게는 큰 핍박으로 과도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핑계로 술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온갖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부정이며, 합리화며, 도피며, 광폭성이다.
3) 우회증 : 상대의 말뜻은 알아들으나 의사 전달에 장애가 온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빙빙 돌려 그 윤곽만을 이야기한다. 알코올중독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증상으로 가족은 물론 치료를 위한 상담자까지도 힘들게 한다.
4) 반복증 :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여 상대를 지루하게 한다. 상대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의 말허리를 잘라 혼자 지껄이는 경우가 많다.
5) 판단의 단순성 : 정상적인 사람들은 가치 판단을 할 때 자기의 양심이나 사회 윤리, 도덕과 법질서 아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그러나 중독들은 이런 기능이 저하된다. 모든 일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해야 하나 중독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중독되기 전의 지적 수준과는 관계없이 동일이 나타난다. 그들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다, 싫다’ 즉 ‘쾌, 불쾌’로 사고의 기준을 정한다. 그래서 자신의 음주를 방해하는 사람은 무조건 모두 적이고, 자신의 음주를 방임하는 사람은 동지로 인식한다. 그래서 치료기관에서 중독자들에게 술값을 주거나 술을 몰래 제공한 사람을 토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폭들의 의리를 버금갈 정도로 동지 의식이 강하다. 그들의 사고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지며, 논리조차 단순 논리, 흑백논리로 변한다.
4. 기억력 장애
이 기억력 장애는 이미 알코올성 치매와 뇌세포 파괴에서 상세히 다루었다.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폭음하는 사람들에게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과성 기억상실은 훈한 일이다. 그러나 장기간 대량음주로 뇌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술을 마시지 않은 기간에도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인간이 노쇠함에 따라 건망증 증세로 가볍게 생각하기 쉬우나 증세가 심해지면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독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은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중독자들은 곡기를 끊다시피 한다. 알코올 1g이 7㎉의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굳이 식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렇게 높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나 영양분은 전혀 없는 공칼로리의 식품이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식사를 거를 때 우리의 인체의 세포들을 활동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얻는다. 그런데 영양의 공급이 끊기면 세포들은 살아남고 또 활동하기 위해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이나 지빙질까지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인체의 가장 귀중한 장기인 뇌의 세포는 양질의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알코올중독자들 대부분은 일단 술이 들어가면 곡기를 끊는다. 그러니까 뇌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의 원료인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기니까 뇌의 에너지원이 끊기는 것이다. 이로인해 뇌세포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5. 지각 장애
정상인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을 알코올중독자는 보고 듣는다. 바퀴벌레가 온몸에 기어다닌다고 잡는 시늉을 한다. 헛소리가 들리고, 헛것을 보기도 한다. 정신질환의 경우와 비슷한 환시 환청, 환촉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고 체력이 회복되면 자연 사라진다. 이미 이것은 알코올 금단 섬망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6. 의처증과 의부증
알코올중독이 이혼 병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도 있다. 검찰에 송치된 40대 중반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정신질환자도 아니고,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남편을 살해한 살인범이었다. 그녀가 구치소에 구속되지 않고 정신병원에 온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 너무나 불쌍해서였다.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다. 돈 한 푼 벌지 않고 아내가 식당에서 알바로 벌어오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타령이었다. 그리고 술만 취하면 주먹을 휘돌렸다. 그녀의 전신은 남편의 주먹에 맞아 온통 멍투성이었다. 그녀가 그래도 참고 살아온 것은 어린 자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취중 폭력이 시간이 지나며 더욱 광폭하여지고 급기야 어린아이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자신에게 가하는 폭행은 참을 수 있었으나 그 폭행이 아이에게까지 옮겨가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가정용 소화기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정신이 든 그녀는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이 사건을 접한 검사는 그 사정이 너무 에처러워 어떻게든 중한 처벌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구실을 찾기 위해 그녀의 국선 변호인의 남편이 마침 정신과 전문의어서 그녀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것이었다. 극심한 폭행으로 일시적 정신착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기소하려는 조치였다.
알코올중독이 심화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능력을 인식하면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버리지는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이것이 악화되면 배우자의 행동을 의심하고 감시하며, 나아가 자신이 구성해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배우자가 간통했다고 믿는다.
아내가 반찬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에 간다. 남편은 출발 시간부터 귀가 때까지 시간을 책크한다. 시장까지 몇 분, 장보는데, 몇 분 그리고 돌아오는데 몇 분. 여기서 2~3분만 늦어도 어떤 놈 만났느냐고 아내를 다그친다.
또 알코올중독이 심화되면 발기부전과 조루증 등 성기능 장애도 수반된다. 이런 자신이 아내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또 아내가 자신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성욕을 다른 사람에게서 해결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의처증은 더욱 심해지고, 급기야 아내의 가출이나 이혼의 국면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7. 불면증
알코올중독자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이 불면증은 이미 <알코올과 수면>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그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8. 금단 증상
알코올중독자가 되면 술을 끊고 싶어도 금단증상이 두려워 술을 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신체에 알코올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금단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또 금단 증상이 시작되더라도 술을 마시면 사라지기 때문에 금단 증상이 술을 끊을 수 없게 한다.
이 금단 증상은 이미 앞에서 알코올과 금단섬망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그곳을 참고하기 바란다.
9, 망상과 광기
하루도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외계의 자극에 무관심하게 되고, 일의 객관성을 돌아보지 아니하는 자기 자신의 내적 공상 생활에 파묻히는 자폐증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백일몽이나 망상 환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인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하루 사이에 기와집 열두 채도 더 지었다 허물었다 하다고 자조적인 말들을 한다.
또는 부정 망상으로 행동 장애를 일으킨다. 이에는 상대방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가학증(Sedisim), 또는 고통을 받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피학증(Masochism)이 있다.
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정을 광기라고도 한다. 상세한 설명은 <술취함의 참모습>을 참고하기 바린다. 여기에 그 유형을 소개한다.
* 파괴형 : 술에 취해 가족을 때리고 가구를 부수는 등 광기를 부린다. 취중 가정 폭력이 이 형태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알코올중독증을 걱정하나 이런 광기에 시달리다 보면 이 광기를 참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중독자의 아내는 처음에는 술이 문제로 마시지 못하게 하는 데 전력 투구했으나 이제는 주정인 폭력이 문제가 되어 마시고 곱게 잠만 자준다면 얼마든지 술을 사다 주겠다고 하소연한다.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단순형 : 술을 마시면 조용히 잠만 잔다. 이런 유형의 중독자는 마시고 취하면 자고, 깨어나면 또 마시고 자는 행동을 반복한다. 대부분의 중독자는 음주 중에는 거의 곡기를 끊기 때문에 극도로 쇠약해져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유형의 중독자들의 생명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것은 주정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 분열형 : 술에 취하면 마치 정신분열을 일으킨 환자처럼 행동한다. 벌거벗고 거리에서 스트리킹을 하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듯 소음에 가까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알 수 없는 소리로 누구와 이야기하듯 혼자 일인이역을 물론 일인삼역도 한다. 이상 만취라고 한다. 그러나 취기가 가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온다.
11. 우울증
우울증은 가장 흔한 질병 중에 하나다. 일반 인구 중 15% 정도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고, 일반 입원 환자의 24%가 우울하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장기 대량음주에서 오는 건강 훼손, 생활력 상실에서 오는 자괴감, 불안, 초조, 열등감, 절망, 고독, 죄의식 등의 반응성 슬픔을 조장하여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소의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다고 알코올중독에 조예가 갚은 의사들은 말한다. 특히 여성 중독자들의 경우 항우울제 처방으로 복약을 하는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울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분은 항상 슬픔에 젖어 있다. 또 침울하며, 우울하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의기소침하고 근심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심한 공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음식에 탐닉하여 폭식증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인지면(認知面)에서 모든 일에 흥미를 상실한다. 어떤 일에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어 항상 산만하며 자부심이 저하된다. 또 모든 사고(思考)는 부정적이 되며, 우유부단하고,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느껴 항상 죄책감에 시달린다. 환각과 망상도 오며, 심하면 자살 사고도 발생한다.
행동면에는 정신 운동성 지연 현상을 보이며,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이 자율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타율적이 된다.
신체면에서도 변화가 온다. 먼저 수면 장애가 온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불면증을 쫓으려 하나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수면제가 알코올로 대체된다. 항상 피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식용이 감퇴되거나 이상 증가 현상을 보인다. 위장관에 장애가 오고 성욕도 감퇴된다.
1. 지남력 장애
지남력이란 감각 및 운동기관이 온전한데도 불구하고 목적성 있는 행동을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기능을 말한다. 올바른 지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식,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주의력 등이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사람, 장소, 시간의 지남력으로 구별된다.
이 지남력 장애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후군이다. 섬망은 주로 감염, 열병, 저산소증, 저혈당, 약물중독, 약물 금단, 간성뇌증 등과 같은 대사장애와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의 이상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
예를 들면 대인 관계에서 누구와 약속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누구와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또 얼굴은 기억하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2. 이해력 장애
어떤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해도 상대의 말뜻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런 증상은 상대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여 우정에 금이 가고, 사교생활이 불가능해지며, 끝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한때 이런 사람을 저팔개라고 했던가? 직장에서 외톨이가 되고, 마침내 고독과 고립이라는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대인기피증, 자폐증에 이르기도 한다.
알코올중독 치료의 어려움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이해력 장애다. 집단 치료나 개별 상담 치료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이 이런 증상이다. 치료자가 질문을 해도 그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여 치료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정신병원에서 만난 많은 환자들이 이런 증상을 보였다.
3. 판단력 장애
이미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대뇌 전두엽의 신피질에서 주관한다고 설명했었다. 술을 대량으로 장기간 마시면 대뇌피질의 손상으로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모든 일에 판단력 장애가 발생한다.
직장에서 일에 지쳐 늦게 귀가한 남편에서 아내가 따뜻하게 맞아주지는 못하고 독한 말로 소위 바가지를 긁는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고, 머리칼이 곤두선다. 주먹이 쥐어진다. 그러나 이성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한다. “약한 여자 때릴 데가 어디 있어. 내가 참아야지. 화나는 대로 화풀이해 보아야 나만 손해지. 내일 아침 밥상부터 달라질 텐데.” 그래서 아내에게 손찌검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화를 푼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판단력 장애가 오고,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이런 화를 참아보고 다른 방법으로 화를 해소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이성이 하는 울화의 해소 방법을 건너뛰게 된다. 그리하여 이런 일에 익숙하게 되면 모든 일을 감정이 시키는 대로 처리하게 된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1) 축소증 : 이미 알코올중독자들의 본능적 방어기제에서 설명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을 시인하면 술을 못 마시게 되니까 마시기 위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자신은 술 문제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증거가 명확하여 부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별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사실을 축소한다. 그래서 계속 마실 수 있으니까.
이런 일을 자주 하다 보면 하다 보면 나중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수나 잘못도 이런 식으로 축소해서 판단한다.
2) 비약증 : 축소증과 반대로 자신의 일이 아닌 상대방의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큰 일로 과장하여 생각한다. 한 예로 중독자는 자신의 음주 책임을 결코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가족의 사소한 실수를 자신에게는 큰 핍박으로 과도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핑계로 술을 마신다. 그러다 보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온갖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부정이며, 합리화며, 도피며, 광폭성이다.
3) 우회증 : 상대의 말뜻은 알아들으나 의사 전달에 장애가 온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빙빙 돌려 그 윤곽만을 이야기한다. 알코올중독자들에게서 많이 볼 수 증상으로 가족은 물론 치료를 위한 상담자까지도 힘들게 한다.
4) 반복증 :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여 상대를 지루하게 한다. 상대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의 말허리를 잘라 혼자 지껄이는 경우가 많다.
5) 판단의 단순성 : 정상적인 사람들은 가치 판단을 할 때 자기의 양심이나 사회 윤리, 도덕과 법질서 아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그러나 중독들은 이런 기능이 저하된다. 모든 일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해야 하나 중독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중독되기 전의 지적 수준과는 관계없이 동일이 나타난다. 그들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다, 싫다’ 즉 ‘쾌, 불쾌’로 사고의 기준을 정한다. 그래서 자신의 음주를 방해하는 사람은 무조건 모두 적이고, 자신의 음주를 방임하는 사람은 동지로 인식한다. 그래서 치료기관에서 중독자들에게 술값을 주거나 술을 몰래 제공한 사람을 토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폭들의 의리를 버금갈 정도로 동지 의식이 강하다. 그들의 사고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지며, 논리조차 단순 논리, 흑백논리로 변한다.
4. 기억력 장애
이 기억력 장애는 이미 알코올성 치매와 뇌세포 파괴에서 상세히 다루었다.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폭음하는 사람들에게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과성 기억상실은 훈한 일이다. 그러나 장기간 대량음주로 뇌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술을 마시지 않은 기간에도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 내지 못한다. 인간이 노쇠함에 따라 건망증 증세로 가볍게 생각하기 쉬우나 증세가 심해지면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독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술꾼들은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중독자들은 곡기를 끊다시피 한다. 알코올 1g이 7㎉의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굳이 식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알코올은 이렇게 높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나 영양분은 전혀 없는 공칼로리의 식품이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식사를 거를 때 우리의 인체의 세포들을 활동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서 얻는다. 그런데 영양의 공급이 끊기면 세포들은 살아남고 또 활동하기 위해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이나 지빙질까지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인체의 가장 귀중한 장기인 뇌의 세포는 양질의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알코올중독자들 대부분은 일단 술이 들어가면 곡기를 끊는다. 그러니까 뇌가 필요로 하는 포도당의 원료인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기니까 뇌의 에너지원이 끊기는 것이다. 이로인해 뇌세포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
5. 지각 장애
정상인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을 알코올중독자는 보고 듣는다. 바퀴벌레가 온몸에 기어다닌다고 잡는 시늉을 한다. 헛소리가 들리고, 헛것을 보기도 한다. 정신질환의 경우와 비슷한 환시 환청, 환촉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고 체력이 회복되면 자연 사라진다. 이미 이것은 알코올 금단 섬망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6. 의처증과 의부증
알코올중독이 이혼 병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도 있다. 검찰에 송치된 40대 중반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정신질환자도 아니고,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남편을 살해한 살인범이었다. 그녀가 구치소에 구속되지 않고 정신병원에 온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 너무나 불쌍해서였다.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다. 돈 한 푼 벌지 않고 아내가 식당에서 알바로 벌어오는 돈으로 허구헌날 술타령이었다. 그리고 술만 취하면 주먹을 휘돌렸다. 그녀의 전신은 남편의 주먹에 맞아 온통 멍투성이었다. 그녀가 그래도 참고 살아온 것은 어린 자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취중 폭력이 시간이 지나며 더욱 광폭하여지고 급기야 어린아이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자신에게 가하는 폭행은 참을 수 있었으나 그 폭행이 아이에게까지 옮겨가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남편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가정용 소화기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정신이 든 그녀는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고, 이 사건을 접한 검사는 그 사정이 너무 에처러워 어떻게든 중한 처벌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구실을 찾기 위해 그녀의 국선 변호인의 남편이 마침 정신과 전문의어서 그녀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것이었다. 극심한 폭행으로 일시적 정신착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기소하려는 조치였다.
알코올중독이 심화하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무능력을 인식하면서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버리지는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이것이 악화되면 배우자의 행동을 의심하고 감시하며, 나아가 자신이 구성해 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배우자가 간통했다고 믿는다.
아내가 반찬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에 간다. 남편은 출발 시간부터 귀가 때까지 시간을 책크한다. 시장까지 몇 분, 장보는데, 몇 분 그리고 돌아오는데 몇 분. 여기서 2~3분만 늦어도 어떤 놈 만났느냐고 아내를 다그친다.
또 알코올중독이 심화되면 발기부전과 조루증 등 성기능 장애도 수반된다. 이런 자신이 아내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또 아내가 자신에게서 채우지 못하는 성욕을 다른 사람에게서 해결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의처증은 더욱 심해지고, 급기야 아내의 가출이나 이혼의 국면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7. 불면증
알코올중독자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이 불면증은 이미 <알코올과 수면>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그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8. 금단 증상
알코올중독자가 되면 술을 끊고 싶어도 금단증상이 두려워 술을 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신체에 알코올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는 금단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또 금단 증상이 시작되더라도 술을 마시면 사라지기 때문에 금단 증상이 술을 끊을 수 없게 한다.
이 금단 증상은 이미 앞에서 알코올과 금단섬망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므로 그곳을 참고하기 바란다.
9, 망상과 광기
하루도 음주를 중단하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외계의 자극에 무관심하게 되고, 일의 객관성을 돌아보지 아니하는 자기 자신의 내적 공상 생활에 파묻히는 자폐증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백일몽이나 망상 환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인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하루 사이에 기와집 열두 채도 더 지었다 허물었다 하다고 자조적인 말들을 한다.
또는 부정 망상으로 행동 장애를 일으킨다. 이에는 상대방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가학증(Sedisim), 또는 고통을 받음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피학증(Masochism)이 있다.
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정을 광기라고도 한다. 상세한 설명은 <술취함의 참모습>을 참고하기 바린다. 여기에 그 유형을 소개한다.
* 파괴형 : 술에 취해 가족을 때리고 가구를 부수는 등 광기를 부린다. 취중 가정 폭력이 이 형태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알코올중독증을 걱정하나 이런 광기에 시달리다 보면 이 광기를 참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중독자의 아내는 처음에는 술이 문제로 마시지 못하게 하는 데 전력 투구했으나 이제는 주정인 폭력이 문제가 되어 마시고 곱게 잠만 자준다면 얼마든지 술을 사다 주겠다고 하소연한다. 이혼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단순형 : 술을 마시면 조용히 잠만 잔다. 이런 유형의 중독자는 마시고 취하면 자고, 깨어나면 또 마시고 자는 행동을 반복한다. 대부분의 중독자는 음주 중에는 거의 곡기를 끊기 때문에 극도로 쇠약해져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유형의 중독자들의 생명이 더 위험하다고 한다. 그것은 주정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 분열형 : 술에 취하면 마치 정신분열을 일으킨 환자처럼 행동한다. 벌거벗고 거리에서 스트리킹을 하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듯 소음에 가까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알 수 없는 소리로 누구와 이야기하듯 혼자 일인이역을 물론 일인삼역도 한다. 이상 만취라고 한다. 그러나 취기가 가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온다.
11. 우울증
우울증은 가장 흔한 질병 중에 하나다. 일반 인구 중 15% 정도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고, 일반 입원 환자의 24%가 우울하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장기 대량음주에서 오는 건강 훼손, 생활력 상실에서 오는 자괴감, 불안, 초조, 열등감, 절망, 고독, 죄의식 등의 반응성 슬픔을 조장하여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소의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다고 알코올중독에 조예가 갚은 의사들은 말한다. 특히 여성 중독자들의 경우 항우울제 처방으로 복약을 하는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울증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분은 항상 슬픔에 젖어 있다. 또 침울하며, 우울하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의기소침하고 근심과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심한 공허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우울증을 극복하고자 음식에 탐닉하여 폭식증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인지면(認知面)에서 모든 일에 흥미를 상실한다. 어떤 일에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가 없어 항상 산만하며 자부심이 저하된다. 또 모든 사고(思考)는 부정적이 되며, 우유부단하고,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느껴 항상 죄책감에 시달린다. 환각과 망상도 오며, 심하면 자살 사고도 발생한다.
행동면에는 정신 운동성 지연 현상을 보이며, 초조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다. 행동이 자율적이지 못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타율적이 된다.
신체면에서도 변화가 온다. 먼저 수면 장애가 온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불면증을 쫓으려 하나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수면제가 알코올로 대체된다. 항상 피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식용이 감퇴되거나 이상 증가 현상을 보인다. 위장관에 장애가 오고 성욕도 감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