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뇌가 시들어간다
모든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살아 있을 때에는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다. 그러나 세포가 죽으면 말라 쪼그라들며 제모습을 상실한다. 한 손으로 쥐기도 버겁던 과실도 말라버리면 모양이 줄어들어 씨앗과 껍질만 남은 볼품없는 모양이 된다. 모든 것은 늙으면 시들고 쪼그라든다. 사람도 어릴 때 포동포동하던 손도 나이가 들며 늙어가면서 수분이 줄어들어 원래의 모습을 읽고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은 손부터 늙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젊은 나이에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인간의 뇌도 동일하다.
술꾼의 뇌가 말라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한 술꾼의 뇌를 병리 해부해 보면 뇌 전체가 말라 위축되어 있고, 표면에 흠이 넓고 깊게 패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뇌 속에 있는 뇌실(腦室)이라는 공간(수액이라는 물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이 넓게 커져서 이것이 젊은이의 뇌인가 의심할 정도로 무게가 가벼워진 것을 발견할 할 수 있다.
오늘날 널리 보급된 X선 컴퓨터 단층화상법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이 컴퓨터 단층화상법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병리 해부할 수 없으므로 술꾼의 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뇌 속을 열어 보지 않고도 쉽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술꾼의 뇌의 위축된 모습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컴퓨터 단층화상법에 의하면 뇌 속에서도 전두엽이 마르는 것이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전두엽은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과 함께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 해결 등 고등정신 적용을 관장하며 다른 연합 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정한다. 전두엽이 마르면 자제심의 결여, 화내기, 충동적 행동 등이 나타난다.
그 밖에도 소뇌의 앞부분도 가끔 마른다. 소뇌가 마르면 앞에서 설명한 보행 장애가 나타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매일 청주 3홉 정도를 마시는 음주자의 절반 정도가 차이는 있으나 뇌가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뇌가 마른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장애다. 그 중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광기성 보행이다. 광기성 보행이란 운동신경을 관장하는 소뇌가 손상되어 몸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함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 사이를 넓게 벌리고 걷는 것을 말한다. 걸음이 광기성이 되면 자연스레 걸음 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이 된다. 또 급히 방향을 바꿀 때 한 번에 획 바꾸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조금씩 바꾼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고, 발이 무거워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중에는 지팡이를 사용하게 된다.
대뇌가 마르면 청각 반응 장애도 발생한다. 사람의 귀에 들어온 소리는 외이도(外耳道)의 안쪽을 막고 있는 고막을 진동시킨다. 그 진동은 중이(中耳)에 있는 작은 3개의 뼈를 거쳐 안쪽으로 진행하여 중이의 안쪽에 있는 달팽이 모양의 소용돌이 바깥쪽 끝에 도달하여 그 속에 들어 있는 액체를 파도치게 한다. 이 파도는 소용돌이를 따라 점점 안쪽으로 파급된다. 이 과정에서 액체에서 튀어나온 파동을 감지하는 장치를 진동시킨다. 이 자극은 거기에 분포되어 있는 청각 신경에 의해 뇌로 옮겨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람이 소리를 감지한다.
이 진동은 뇌에 들어간 다음 일정한 경로로 대뇌의 측두엽(側頭葉)으로 보내져 비로소 소리로 인식된다. 그에 따라 그 인근의 영역에 도달하여 무슨 소리인지 인식된다. 뇌는 그때 인식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소리를 듣게 하고 약 0,3초(300밀리초) 후에 나타나는 플러스 전위라는 의미로 이를 ‘P300’이라 한다. 이것이 청각성 유발 전위의 한 성분이다. 음주자에게는 이 신호의 발생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미세한 수준에서 보면 대뇌가 말라 위축되는 것이 소뇌와 비슷하여 신경세포의 수가 줄고 살아남은 것도 오그라들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임상에서 만난 어느 환자의 경우를 보자. H씨는 대학의 교직에 있던 사람이다. 20세부터 매일 밤 청주 5~6홉 정도를 즐겨왔으나 5년 전부터는 주량이 줄기 시작했다. 알코올중독 말기에 보이는 내성의 감퇴 현상이었다.
3개월 전부터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고, 발이 무거워 보행에 불편을 겪었다. 그의 이야기로는 1년 6개월 전에 계단에서 굴러 오른쪽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미 그 때부터 발이 굳어졌는지도 모른다.
처음 의사가 그를 진찰했을 때 그의 걸음걸이는 광기성 보행이었다. 발붙여 걷기, 한쪽 발로 서기가 불안정했다. 그리고 양다리 무릎반사가 이상하게 강하고, 왼쪽 다리의 힘이 약간 약했다. X선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는 심하지 않았으나 전두엽 피질이 조금 말라 보였다. 뇌실도 어느 정도 커져 있었다. 소뇌의 위층은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의 걸음걸이는 광기성일 뿐만 아니라 걸음 폭도 좁고, 방향을 전환할 때는 종종 걸음으로 보폭이 짧게 조금씩 걸었다. 뒤를 향해 어깨를 밀면 돌진하듯 그대로 뒤로 계속 밀리며 멈추지 못했다.
첫 진료 후 1년이 경과되자 지팡이를 사용하게 되었고, 가끔 넘어져서 얼굴을 다치는가 하면 요추의 골절까지 있었다. H씨의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장애였다. 성질상으로는 대뇌의 전두엽이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가까웠다. 사실 전두엽은 약간 말라 있었다. 전두엽 위층에는 원인이 될만한 다른 병은 없는 것 같았다. 다리가 움츠러지는 것은 파킨슨씨 병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씨 병의 다른 특징은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혈압도 높지 않았다.
H씨의 전두엽이 마르는 것은 오랫동안 강한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뇌와 척수도 조금 손상된 것 같았다. 그러나 H씨는 보행장애의 주된 원인은 전두엽 손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뇌와 척수가 손상되어 종종걸음이나 안짱다리가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을 중단하면 뇌의 위축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한다. 음주자에게는 구원의 메시지 같은 보고다.
2)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
인간의 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해마로 알려져 있다. 해마(Hippocampus)는 뇌의 대뇌 변연계의 영쪽 측두엽에 크기는 1cm 정도에 너비 5cm 정도의 길이를 가진 길다린 모양이며, 측두엽 양쪽에 존재한다. 좌측 해마는 주로 최근의 일을 기억하고, 우측 해마는 태어난 이후의 모든 일을 기억한다.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는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기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정보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진다. 여기서부터 해마가 작용하는데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한다.
이러한 정보의 이동은 주로 밤에 일어나며 학습이나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이 해마에 인간의 기억에 직접 관여하는 기억 세포는 약 140억 개로 알려졌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하루에 10만 개의 기억 세포가 사멸되고, 다시 재생되지 않으며, 이런 사멸은 인체가 완전히 사망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가령 80세의 노인의 경우 파괴된 뇌세포의 수는 하루 10만 개 곱하기 한달 30일 곱하기 12개월 곱하기 선장이 멈춘 20년을 빼고 남은 60년을 곱하면 21억 6천만 개의 뇌세포가 사멸한 셈이다.
이렇게 뇌세포가 파괴되면 기억력 저하는 물론 사고력이나 판단력도 함께 저하되어 노인성 치매증이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유사한 정신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술이 뇌세포의 파괴를 가속적으로 촉진시킨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적인 뇌세포 파괴 외에 음주가 뇌세포 손실을 고의적으로 초래케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받는 환자들은 만나보면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송 초기에 소개한 알코올병동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많은 환자들의 뇌세포 파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병원은 A.A.의 회복 프로그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치료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암기였다. 그 암기과목의 전부가 A.A.의 것이었다. 입원하면 처음에는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부터 시작하여 12단계와 12전통, 알코올중독 진행 과정, 알코올중독 회복 과정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했다. 암기 성과에 따라 교육장의 좌석 배치도 달라졌다. 하루 일과가 끝날 시간에는 일기쓰기를 강요했다. 그리고 검사까지 했다. 그런 강압적인 교육의 결과 50 중반의 문맹 환자가 퇴원 무렵에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 강압적인 교육 체계에서도, 하루 두 시간씩 배정된 암기 교육을 받아도 그 잛은 기도문 <하나님,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찌할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도 주소서.> 이 석 줄의 짧은 기도문의 암기에 평균 1주일이 필요했다. 젊은 사람이라면 한 시간, 아무리 늙은이라도 하루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석 줄의 기도문을 암기가 늦다고 온갖 수모를 받으면 암기해도 1주일이란 긴 시간에 필요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 답을 찾아보자.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에 목숨을 걸다 싶이 한다. 그래서 온갖 다이어트를 설렵한다. 그중 황제 다이어트라는 것이 있다. 일체 탄수화물의 음식물을 먹지 않고 오로지 육식 즉, 고기만 먹으면 체중이 줄고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왜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고기만 먹으면 살이 빠질까? 그 원리를 알아보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먹어야 한다. 그 음식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탄수화물이 위장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가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장으로 들어간다. 간장은 인체의 종합화학공장이다. 간장은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을 만들고,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만든다. 간장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은 인체의 보일러와 엔진 역할을 하는 구연산회로(호흡사슬이라고도 한다)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포도당은 호흡을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연소되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 에너지로 사람이 움직이며 살아간다.
이렇게 필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 인체는 살기 위해 비상 수단을 사용한다. 인체는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길 때를 대비하여 사용하고 남는 잉여 영양분을 간과 근육에 저장한다. 이것이 살이고 피하 지방이다. 영양 공급이 끊기면 인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간과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과 지방질까지 끌어다 대체 에너지로 시용한다. 그러니까 살이 빠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황제 다이어트다.
그런데 문제는 알코올중독자의 식습관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일단 술이 들어가면 곡기를 끊고 오로지 술만 마신다. 그것은 이미 설명했지만 알코올 1g은 7㎉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영양분이 전혀 없는 공(空) 칼로리의 에너지다. 그래서 알코올을 앰티 칼로리(Empt;공 칼로리)의 식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 칼로리의 식품인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만들어 주는 에너지로 당장은 살 수 있으나 영양은 공급되지 않는다. 영양 공급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비상 상황에 직면하면 인체의 세포들은 살기 위해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이나 지방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뇌는 최양질의 포도당이 공급되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곡기를 끊으니까 알코올증독자의 뇌는 필수 영양분인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아 죽어가게 된다. 뇌세포의 파괴다. 이렇게 뇌세포가 파괴되니까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개발된 뇌 검사 장치인 CAT 스캔과 AER(Averge Eevok Respones)로 알코올 장기 음주자의 뇌를 검사한 결과 뇌의 중추 부분인 전두엽이 이상적(異狀的)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뇌 속의 GABA라는 신경 과대 흥분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를 확인했다. 이 물질이 뇌에서 감소되면 경련이나 흥분이 일어나기 쉽고,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음주자의 취중 주정이 여기에도 원인이 있는 것이다.
장기 음주자가 봉착하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일시적 기억력 상실이다. 영어로 이런 현상을 불랙 아웃(Black Out)이라 부른다. 이것은 ‘검은 포장을 쳐서 집안이 캄캄하다’라는 뜻이다. 기억력이 좋던 사람도 장기간 술을 과도하게 오래 마시면 대뇌피질에 있는 기억세포가 파괴되어 현저한 기억력 감퇴를 가져온다. 이 경우 완전한 단주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억력은 결코 원상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실망해서는 안 된다. 천재 과학자로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자기의 뇌 기능을 2%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자도 술을 완전히 끊고 온전한 생활을 영위하며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잠재 기능을 개발하여 사용하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나도 병원에서 2개월에 가까운 기록적인 심한 금단으로 치매 판정까지 받았지만 술을 완전히 끊고 독서와 집필 등의 두뇌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 기억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는 특히 나이 어린 사람일수록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10대나 20대가 30대나 40대보다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법제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년 이상 또는 10년 이상 술을 과도하게 마신 사람은 처음에는 가벼운 기억력 장애로 시작하여 10년이 지난 후에는 기억력 장애가 현저하게 진행되어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조차 기억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아주 오랜 과거의 기억은 생생하게 잘 기억하고 최근의 일은 기억한지 못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내가 만난 환자는 동대문 시장에서 규모가 큰 포목상을 경영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틀 전에 아내와 쌍둥이 딸들이 면회를 다녀갔는데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술을 끊고 집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장사를 하겠다고 가게에 나올 것이고,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손님과 거래를 하겠느냐고. 이런 증상을 코르자코프 증후군(Korsakoffs Syndrome)이란 부른다.
코르자코프 증후군보다 증세가 더 심하게 악화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노인성 치매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정신이상자처럼 날뛰는 등의 행동은 보이지 않으나 기억력 감퇴가 너무 심해 때로는 자기의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한번 집을 나가면 자신의 힘으로 집을 찾을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신체의 건강은 양호한 편인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
또한 장기 대량음주는 정신의학적인 장애도 적지 않게 불러온다. 즉, 의기소침, 우울, 불안, 초조, 두려움, 히스테리, 의처증(여성의 경우 의부증), 마약 복용, 신경과민 또는 신경쇠약, 심하면 조병(躁病;Mania), 환시, 환청, 자살, 수전증, 식욕부진, 대인거부증, 편집증, 백일몽, 망상과 광기, 자기연민 등 참으로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알코올이 뇌조직에 직접 작용하여 조직의 이변을 일으켜 비정상적인 사고, 기복이 심한 감정 그리고 충동적인 행위 등을 외부로 노출하는 현상을 자아내는 것으로 알코올이 인체 침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1) 대뇌가 시들어간다
모든 생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살아 있을 때에는 원래의 모습을 유지한다. 그러나 세포가 죽으면 말라 쪼그라들며 제모습을 상실한다. 한 손으로 쥐기도 버겁던 과실도 말라버리면 모양이 줄어들어 씨앗과 껍질만 남은 볼품없는 모양이 된다. 모든 것은 늙으면 시들고 쪼그라든다. 사람도 어릴 때 포동포동하던 손도 나이가 들며 늙어가면서 수분이 줄어들어 원래의 모습을 읽고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은 손부터 늙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젊은 나이에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인간의 뇌도 동일하다.
술꾼의 뇌가 말라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한 술꾼의 뇌를 병리 해부해 보면 뇌 전체가 말라 위축되어 있고, 표면에 흠이 넓고 깊게 패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뇌 속에 있는 뇌실(腦室)이라는 공간(수액이라는 물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이 넓게 커져서 이것이 젊은이의 뇌인가 의심할 정도로 무게가 가벼워진 것을 발견할 할 수 있다.
오늘날 널리 보급된 X선 컴퓨터 단층화상법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이 컴퓨터 단층화상법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병리 해부할 수 없으므로 술꾼의 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뇌 속을 열어 보지 않고도 쉽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술꾼의 뇌의 위축된 모습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컴퓨터 단층화상법에 의하면 뇌 속에서도 전두엽이 마르는 것이 특히 두드러져 보인다. 전두엽은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과 함께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 해결 등 고등정신 적용을 관장하며 다른 연합 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정한다. 전두엽이 마르면 자제심의 결여, 화내기, 충동적 행동 등이 나타난다.
그 밖에도 소뇌의 앞부분도 가끔 마른다. 소뇌가 마르면 앞에서 설명한 보행 장애가 나타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매일 청주 3홉 정도를 마시는 음주자의 절반 정도가 차이는 있으나 뇌가 마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뇌가 마른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장애다. 그 중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광기성 보행이다. 광기성 보행이란 운동신경을 관장하는 소뇌가 손상되어 몸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함으로 넘어지지 않으려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 사이를 넓게 벌리고 걷는 것을 말한다. 걸음이 광기성이 되면 자연스레 걸음 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이 된다. 또 급히 방향을 바꿀 때 한 번에 획 바꾸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조금씩 바꾼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고, 발이 무거워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중에는 지팡이를 사용하게 된다.
대뇌가 마르면 청각 반응 장애도 발생한다. 사람의 귀에 들어온 소리는 외이도(外耳道)의 안쪽을 막고 있는 고막을 진동시킨다. 그 진동은 중이(中耳)에 있는 작은 3개의 뼈를 거쳐 안쪽으로 진행하여 중이의 안쪽에 있는 달팽이 모양의 소용돌이 바깥쪽 끝에 도달하여 그 속에 들어 있는 액체를 파도치게 한다. 이 파도는 소용돌이를 따라 점점 안쪽으로 파급된다. 이 과정에서 액체에서 튀어나온 파동을 감지하는 장치를 진동시킨다. 이 자극은 거기에 분포되어 있는 청각 신경에 의해 뇌로 옮겨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사람이 소리를 감지한다.
이 진동은 뇌에 들어간 다음 일정한 경로로 대뇌의 측두엽(側頭葉)으로 보내져 비로소 소리로 인식된다. 그에 따라 그 인근의 영역에 도달하여 무슨 소리인지 인식된다. 뇌는 그때 인식했다는 신호를 보낸다. 소리를 듣게 하고 약 0,3초(300밀리초) 후에 나타나는 플러스 전위라는 의미로 이를 ‘P300’이라 한다. 이것이 청각성 유발 전위의 한 성분이다. 음주자에게는 이 신호의 발생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또한 미세한 수준에서 보면 대뇌가 말라 위축되는 것이 소뇌와 비슷하여 신경세포의 수가 줄고 살아남은 것도 오그라들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임상에서 만난 어느 환자의 경우를 보자. H씨는 대학의 교직에 있던 사람이다. 20세부터 매일 밤 청주 5~6홉 정도를 즐겨왔으나 5년 전부터는 주량이 줄기 시작했다. 알코올중독 말기에 보이는 내성의 감퇴 현상이었다.
3개월 전부터 계단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고, 발이 무거워 보행에 불편을 겪었다. 그의 이야기로는 1년 6개월 전에 계단에서 굴러 오른쪽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미 그 때부터 발이 굳어졌는지도 모른다.
처음 의사가 그를 진찰했을 때 그의 걸음걸이는 광기성 보행이었다. 발붙여 걷기, 한쪽 발로 서기가 불안정했다. 그리고 양다리 무릎반사가 이상하게 강하고, 왼쪽 다리의 힘이 약간 약했다. X선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는 심하지 않았으나 전두엽 피질이 조금 말라 보였다. 뇌실도 어느 정도 커져 있었다. 소뇌의 위층은 그렇게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의 걸음걸이는 광기성일 뿐만 아니라 걸음 폭도 좁고, 방향을 전환할 때는 종종 걸음으로 보폭이 짧게 조금씩 걸었다. 뒤를 향해 어깨를 밀면 돌진하듯 그대로 뒤로 계속 밀리며 멈추지 못했다.
첫 진료 후 1년이 경과되자 지팡이를 사용하게 되었고, 가끔 넘어져서 얼굴을 다치는가 하면 요추의 골절까지 있었다. H씨의 가장 큰 문제는 보행장애였다. 성질상으로는 대뇌의 전두엽이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결과에 가까웠다. 사실 전두엽은 약간 말라 있었다. 전두엽 위층에는 원인이 될만한 다른 병은 없는 것 같았다. 다리가 움츠러지는 것은 파킨슨씨 병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파킨슨씨 병의 다른 특징은 그에게서 볼 수 없었다. 혈압도 높지 않았다.
H씨의 전두엽이 마르는 것은 오랫동안 강한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뇌와 척수도 조금 손상된 것 같았다. 그러나 H씨는 보행장애의 주된 원인은 전두엽 손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소뇌와 척수가 손상되어 종종걸음이나 안짱다리가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을 중단하면 뇌의 위축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한다. 음주자에게는 구원의 메시지 같은 보고다.
2)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
인간의 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해마로 알려져 있다. 해마(Hippocampus)는 뇌의 대뇌 변연계의 영쪽 측두엽에 크기는 1cm 정도에 너비 5cm 정도의 길이를 가진 길다린 모양이며, 측두엽 양쪽에 존재한다. 좌측 해마는 주로 최근의 일을 기억하고, 우측 해마는 태어난 이후의 모든 일을 기억한다.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는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할 수 없게 된다.
기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정보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기억이 만들어진다. 여기서부터 해마가 작용하는데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를 해마가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삭제한다.
이러한 정보의 이동은 주로 밤에 일어나며 학습이나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이 해마에 인간의 기억에 직접 관여하는 기억 세포는 약 140억 개로 알려졌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하루에 10만 개의 기억 세포가 사멸되고, 다시 재생되지 않으며, 이런 사멸은 인체가 완전히 사망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가령 80세의 노인의 경우 파괴된 뇌세포의 수는 하루 10만 개 곱하기 한달 30일 곱하기 12개월 곱하기 선장이 멈춘 20년을 빼고 남은 60년을 곱하면 21억 6천만 개의 뇌세포가 사멸한 셈이다.
이렇게 뇌세포가 파괴되면 기억력 저하는 물론 사고력이나 판단력도 함께 저하되어 노인성 치매증이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유사한 정신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술이 뇌세포의 파괴를 가속적으로 촉진시킨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적인 뇌세포 파괴 외에 음주가 뇌세포 손실을 고의적으로 초래케 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받는 환자들은 만나보면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방송 초기에 소개한 알코올병동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많은 환자들의 뇌세포 파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병원은 A.A.의 회복 프로그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치료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암기였다. 그 암기과목의 전부가 A.A.의 것이었다. 입원하면 처음에는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부터 시작하여 12단계와 12전통, 알코올중독 진행 과정, 알코올중독 회복 과정 등을 암기하도록 강요했다. 암기 성과에 따라 교육장의 좌석 배치도 달라졌다. 하루 일과가 끝날 시간에는 일기쓰기를 강요했다. 그리고 검사까지 했다. 그런 강압적인 교육의 결과 50 중반의 문맹 환자가 퇴원 무렵에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 강압적인 교육 체계에서도, 하루 두 시간씩 배정된 암기 교육을 받아도 그 잛은 기도문 <하나님,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찌할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도 주소서.> 이 석 줄의 짧은 기도문의 암기에 평균 1주일이 필요했다. 젊은 사람이라면 한 시간, 아무리 늙은이라도 하루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석 줄의 기도문을 암기가 늦다고 온갖 수모를 받으면 암기해도 1주일이란 긴 시간에 필요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 답을 찾아보자.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에 목숨을 걸다 싶이 한다. 그래서 온갖 다이어트를 설렵한다. 그중 황제 다이어트라는 것이 있다. 일체 탄수화물의 음식물을 먹지 않고 오로지 육식 즉, 고기만 먹으면 체중이 줄고 살이 빠진다는 것이다. 왜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고기만 먹으면 살이 빠질까? 그 원리를 알아보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먹어야 한다. 그 음식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탄수화물이 위장을 거쳐 소장으로 내려가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간장으로 들어간다. 간장은 인체의 종합화학공장이다. 간장은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을 만들고,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만든다. 간장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은 인체의 보일러와 엔진 역할을 하는 구연산회로(호흡사슬이라고도 한다)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포도당은 호흡을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연소되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 에너지로 사람이 움직이며 살아간다.
이렇게 필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 인체는 살기 위해 비상 수단을 사용한다. 인체는 탄수화물의 공급이 끊길 때를 대비하여 사용하고 남는 잉여 영양분을 간과 근육에 저장한다. 이것이 살이고 피하 지방이다. 영양 공급이 끊기면 인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간과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과 지방질까지 끌어다 대체 에너지로 시용한다. 그러니까 살이 빠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황제 다이어트다.
그런데 문제는 알코올중독자의 식습관이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일단 술이 들어가면 곡기를 끊고 오로지 술만 마신다. 그것은 이미 설명했지만 알코올 1g은 7㎉의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영양분이 전혀 없는 공(空) 칼로리의 에너지다. 그래서 알코올을 앰티 칼로리(Empt;공 칼로리)의 식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공 칼로리의 식품인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만들어 주는 에너지로 당장은 살 수 있으나 영양은 공급되지 않는다. 영양 공급이 끊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비상 상황에 직면하면 인체의 세포들은 살기 위해 간이나 근육에 저장해 둔 단백질이나 지방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뇌는 최양질의 포도당이 공급되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곡기를 끊으니까 알코올증독자의 뇌는 필수 영양분인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아 죽어가게 된다. 뇌세포의 파괴다. 이렇게 뇌세포가 파괴되니까 알코올성 치매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 개발된 뇌 검사 장치인 CAT 스캔과 AER(Averge Eevok Respones)로 알코올 장기 음주자의 뇌를 검사한 결과 뇌의 중추 부분인 전두엽이 이상적(異狀的)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뇌 속의 GABA라는 신경 과대 흥분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를 확인했다. 이 물질이 뇌에서 감소되면 경련이나 흥분이 일어나기 쉽고,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된다. 음주자의 취중 주정이 여기에도 원인이 있는 것이다.
장기 음주자가 봉착하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일시적 기억력 상실이다. 영어로 이런 현상을 불랙 아웃(Black Out)이라 부른다. 이것은 ‘검은 포장을 쳐서 집안이 캄캄하다’라는 뜻이다. 기억력이 좋던 사람도 장기간 술을 과도하게 오래 마시면 대뇌피질에 있는 기억세포가 파괴되어 현저한 기억력 감퇴를 가져온다. 이 경우 완전한 단주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억력은 결코 원상대로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실망해서는 안 된다. 천재 과학자로 알려진 아인슈타인도 자기의 뇌 기능을 2%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자도 술을 완전히 끊고 온전한 생활을 영위하며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잠재 기능을 개발하여 사용하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나도 병원에서 2개월에 가까운 기록적인 심한 금단으로 치매 판정까지 받았지만 술을 완전히 끊고 독서와 집필 등의 두뇌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 기억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는 특히 나이 어린 사람일수록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10대나 20대가 30대나 40대보다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법제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년 이상 또는 10년 이상 술을 과도하게 마신 사람은 처음에는 가벼운 기억력 장애로 시작하여 10년이 지난 후에는 기억력 장애가 현저하게 진행되어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조차 기억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아주 오랜 과거의 기억은 생생하게 잘 기억하고 최근의 일은 기억한지 못하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내가 만난 환자는 동대문 시장에서 규모가 큰 포목상을 경영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틀 전에 아내와 쌍둥이 딸들이 면회를 다녀갔는데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술을 끊고 집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장사를 하겠다고 가게에 나올 것이고,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손님과 거래를 하겠느냐고. 이런 증상을 코르자코프 증후군(Korsakoffs Syndrome)이란 부른다.
코르자코프 증후군보다 증세가 더 심하게 악화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노인성 치매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정신이상자처럼 날뛰는 등의 행동은 보이지 않으나 기억력 감퇴가 너무 심해 때로는 자기의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한번 집을 나가면 자신의 힘으로 집을 찾을 수조차 없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신체의 건강은 양호한 편인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
또한 장기 대량음주는 정신의학적인 장애도 적지 않게 불러온다. 즉, 의기소침, 우울, 불안, 초조, 두려움, 히스테리, 의처증(여성의 경우 의부증), 마약 복용, 신경과민 또는 신경쇠약, 심하면 조병(躁病;Mania), 환시, 환청, 자살, 수전증, 식욕부진, 대인거부증, 편집증, 백일몽, 망상과 광기, 자기연민 등 참으로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알코올이 뇌조직에 직접 작용하여 조직의 이변을 일으켜 비정상적인 사고, 기복이 심한 감정 그리고 충동적인 행위 등을 외부로 노출하는 현상을 자아내는 것으로 알코올이 인체 침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