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치유 길라잡이

제57회 알코올과 소뇌 장애

관리자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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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코올이 소뇌에 미치는 영향

두개골을 중간으로 잘라보면 상층부에 대뇌가 위치하고, 그 밑에 대뇌 반구 사이에 간뇌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아래에 뇌간이 있고, 후두부 아래에 소뇌가 있다. 소뇌의 기능이 발달한 사람은 운동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뇌에는 대뇌, 소뇌 외에 뇌간(腦幹)과 좌우 대뇌와 반구 사이에 있는 간뇌(間腦)라는 부분도 존재하며, 소뇌에도 좌우 반구와 그 사이에 끼어 존재하는 소뇌충부라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음주자의 소뇌가 병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례를 들어 살펴보기로 하자. 김씨는 54세로 대기업의 해외영업부장으로 외국 근무가 길었다. 20살에 술을 배워 매일 술을 즐기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청주 2홉 정도의 술을 마셨다. 34세에 해외 근무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20년간 대부분의 기간을 외국 출장으로 지내왔다. 외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홀로 부임할 때가 많았다.

식사는 거르기가 일쑤였고, 끼니를 찾아 먹을 때도 간단한 조식(粗食;검소한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술을 많이 마셨다. 외국 생활의 외로움, 문화적 이질감 등으로 홀로 매일 술을 마셨다. 처음 2년간은 매일 맥주 9병 정도를 마셨고, 와인도 매일 마신 기간이 상당했다. 그러다가 내성이 생기면서 압생이나 보드카 등 강도 높은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고, 헝가리의 팔랑카, 첵코의 슬로비샤 등도 마셨다. 귀국해서는 알코올중독 말기 현상에서 보이는 내성의 감퇴가 오고, 청주 2홉 정도로 음주량이 감소되었다.

4~5년 전 50세를 전후해서 보행 중 회전하는 동작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똑바로 앞으로 걷기가 힘들어졌다. 글씨 쓰는 일도 어렵게 되었다. 이런 증상은 조금씩 심해지는 것으로 느껴졌고, 보행 중 방향을 바꾸는 순간 어지러워서 방향을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잦았다. 손에는 수전증은 오지 않았으나 선을 긋다가 멈추려 해도 멈추어지지 않았다. 손끝이 굳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수저 사용도 어려워졌다. 입도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이야기하는 데 혼신의 노력이 필요했다. 최근 몇 년간은 발기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까지 악화되자 회사의 부장직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김씨의 검진 결과를 살펴보자. 입을 내미는 반사는 강한 양성이었다. 말을 빠르게 하면 혀가 꼬부라진다. 상지(上肢) 쪽은 힘이 있고, 별로 이상이 없다. 목표물에 접근하도록 명령을 받은 손가락이 목표 가까이 왔을 때 조금 떨린다. 한 곳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게 하면 조금 느리고 불규칙해진다. 그런데 다리 족을 그렇지 않다.

걷게 해 보면 좌우 다리 사이가 때때로 10cm 이상 벌어진다. 때로는 옆으로 쏠려 나가기도 한다. 방향을 바꿀 때에는 약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평균대 걷기는 2~3보만에 떨어지고 만다. 한 발로 서기는 오른쪽은 2초, 왼쪽은 3초밖에 계속할 수 없다. 웅크리고 뒤꿈치로 서는 것은 되지 않는다. 뒤꿈치로 한 곳을 반복해서 두드리게 해 보니 느리고 불규칙하다.

X선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해 보았다. 소뇌의 표면에 있는 홈이 넓고 깊게 패어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뇌간도 어느 정도 말라 있었다. 대뇌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사람은 소뇌가 손상된 것 외에도 척수에 다소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말초신경은 잘 보존되어 있었다. 대뇌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으나 심한 편은 아니었다.

 

2) 소뇌의 본체

여기서 소뇌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소뇌는 후두부 아래에 있고, 두개골을 뒤쪽에서 열면 바로 그곳에 위치한다. 크기는 주먹만 하다. 두개골 속의 공간 두개강(頭蓋腔)은 텐트처럼 중간이 튀어 올라온 두껍고 딱딱한 막에 의해 상하 칸이 막아져 있다. 윗간에 대뇌가 들어 있다. 아래 칸은 작고 대뇌 뒤의 아래쪽에 있으며 소뇌가 들어 있다. 소뇌는 뇌간의 배후에 착 달라붙어 있다.

소뇌도 대뇌처럼 표면에 많은 흠이 있다. 불규칙적인 대뇌의 흠과는 달리 소뇌의 흠은 지도의 등고선처럼 좌우 대칭으로 평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소뇌의 흠은 군대의 참호처럼 단순하지 않고 몇몇 기복을 통해 바닥과 흠 위에 복잡하게 도달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먹만한 소뇌의 표면적은 2,000㎠나 되며, 흠이 없는 경우의 10배나 된다.

소뇌의 표면을 소뇌 피질(皮質)이라고 부르며, 신경세포가 밀집되어 있다. 소뇌 수질(髓質)은 신경세포에서 돌기로 나와 달리는 전선(電線)에 해당하는 신경섬유의 밀집 부분으로 피질과 구분된다. 소뇌 피질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가운데 층은 서양배를 눌러 넣은 것 같은 큰 신경세포인 푸르킨예(Purkinje) 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신체 활동이 지나치지 않게 제동을 거는 역할을 담당한다. 알코올로 소뇌가 말라갈 경우 이 푸르킨예 세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살아남은 것도 위축된다.

푸르킨예 세포는 풍부한 가지를 소뇌 피질의 가장 가까운 층으로 보내고, 긴 한 가닥 돌기가 바로 아래층을 관통해 소뇌 피질의 깊은 곳으로 향한다. 그러므로 푸르킨예 세포가 죽으면 이들 가지들도 말라버린다. 그 때문에 소뇌 전체가 말라간다. 소뇌 피질의 3개 층 중 가장 깊은 층의 몇겹 겹쳐 존재하는 다른 종류의 신경세포도 언젠가는 상해간다.

음주자에게 가장 상하기 쉬운 곳은 소뇌 반구 중 앞의 위쪽 부분이다. 이 부분은 네발짐승의 보행, 두 발로 서는 인간이나 영장류가 걸을 때 반자동적인 움직임의 약한 조정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소뇌가 상했을 때 보행장애가 온다.

소뇌는 운동을 미약하게나마 조정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의 동작을 생각해 보자. 눈앞에 있는 한 송이의 장미꽃을 꺾으려 할 때 오른손을 뻗어 꽃에 접근한다. 드디어 꽃 가까이에 이르면 손을 멈추고 손가락을 벌려 꽃가지를 잡고 꺾는다. 이런 일련의 동작이 멈춰지지 않고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려면 팔과 손에 있는 다수의 근육이 어떤 것은 강하게, 어떤 것은 약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들이 전체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비로소 손으로 꽃을 꺾을 수 있다. 만약 오른쪽 소뇌 반구에 장애가 있으면 이상의 동작은 매우 부자연스럽게 되어 손은 아마도 꽃을 지나칠 것이다. 아니면 꽃을 꺾기 전에 아름답고 연한 꽃잎을 망가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꽃을 꺾으라는 대뇌의 명령은 소뇌로 전달된다. 그 동작을 완전히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약한 조종의 신호가 소뇌에서 다시 나온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미숙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 오른쪽 상지 근육과 관절에서 들어오는 상지의 구부러지는 정도, 비트는 방식에 따른 시시각각의 정보가 소뇌 안으로 반복하여 흘러 들어가 약한 조정 패턴을 완성해 간다. 이 같은 미묘한 손 움직임의 약한 조정은 신(新)소뇌에서 이루어지며, 대뇌와 빈틈없는 연락을 유지한다. 이 신소뇌는 사람과 영장류에게 가장 잘 발달된 소뇌로 새로운 부분이다.

 

3) 보행 장애

음주자의 상하기 쉬운 곳은 소뇌의 반구 중에서 앞의 위쪽 부분이다. 이 부분과 인접하는 소뇌충부의 부분(충부의 상부)이 음주자에게 가장 심하게 상하는 곳이다. 이 부분은 네발짐승의 네 다리에 의한 보행, 두 발로 서는 인간이나 영장류가 보행할 때 약간 단순한 반자동적인 움직임의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음주로 소뇌가 상했을 때 먼저 잘 걸을 수 없게 된다.

소뇌가 손상된 음주자가 가장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평균대 위를 걷는 일이다. 소뇌의 손상 상태를 측정하려면 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선을 밝으며 걷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한쪽 발의 발톱 앞에 발뒤꿈치를 대어놓고 그 다음에는 그 발의 발톱 끝에 반대쪽 발꿈치를 갖다 놓는다. 이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여 걷게 한다. 이렇게 걷는 것을 ‘발붙여 걷기’라 한다. 두 마리 말을 세로로 연결하여 마차를 끌게 하는 것을 탄템(tandem)이라 한다. 좌우의 발을 붙이는 방법이 이와 비슷해서 ‘탄템걷기’라 한다.

알코올중독자들은 바닥에 그어놓은 선을 밟으면 걷게 하면 곧바로 그어놓은 선에서 이탈한다. 평균대 위에서 걷게 하면 곧바로 떨어진다. 탄템 걷기도 전혀 되지 않는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음직이는 과정에서 탈선한다. 따라서 술의 영향이 소뇌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이런 시험으로 그 정도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넓은 장소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이 가장 걷기 쉽게 걷는다면 어떤 걸음걸이를 할까? 몇 번 반복하여 걷게 하고 관찰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신경내과 의사들이 진찰실에서 하는 실험이다.

걷는 모습을 앞 또는 정면 뒤에서 보자. 좌우의 발 사이가 옆으로 쩍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넓적다리 사이에 무엇인가가 끼어 있는 듯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을 넓을 광자를 써서 광기성(廣基性) 보행이라고 한다.

더 세밀히 살피면 상체가 부자연스러워지고, 전후좌우로 불규칙하게 흔들린다. 환자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회전할 때는 더욱 불안하다. 만약 양다리 사이가 붙어 있으면 옆으로 흔들릴 때 중심은 다리 옆으로 쏠려 몸이 심하게 기울어진다. 다리를 넓게 벌려 놓으면 중심이 다리를 넘어 옆으로 쏠려 나가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소뇌가 신체의 중심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리를 넓게 벌리고 걷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기성이 되는 것은 일종의 방어 행위로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환자는 옆으로 넘어지는 것을 면한다. 따라서 동요가 심한 사람, 즉 소뇌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일수록 광기성의 정도는 심해진다.

최근에 서 있는 사람의 몸의 동요를 정확하고 정량적으로 기재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K. H. 모리츠(1979)는 만성음주자는 매초 3회 정도 흔들리는 것이 특징이고, 흔들림은 눈을 감았을 때 더 심하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이것은 자세(姿勢) 반사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술을 마시게 했을 때 나타나는 동요도 이와 비슷하다는 점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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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교역자 : 맹경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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