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초신경
두개골 안에는 만두 모양의 뇌가 들어 있다. 뇌는 척수(脊髓)의 끝이 발달하여 크게 부푼 것으로 볼 수 있다. 척수는 배골(背骨;척주) 속에 있는 아래 위로 긴 척주관 안에 들어 있다.
척주(脊柱)는 성인의 경우 길이가 40cm 정도로 길고 가늘며, 부드럽고 흰색을 띠고 있다. 가로폭이 굵은 곳이 1.7cm, 앞 뒤 역시 굵은 곳이 이 척수의 양 겨드랑이에서 작은 나뭇가지 같은 가는 실 모양의 신경줄이 많이 나와 있다. 척수의 위에서 아래까지 그것이 도처에서 나와 조금씩 모인 다발이 양 옆으로 향하고 있다. 이 다발이 척주관을 만들고 있는 뼈(추골;推骨) 사이에 생긴 틈을 통해서 척주관 안에서 밖으로 나간다. 그 수는 모두 31~32가닥으로 모두 합치면 그것의 두 배가 된다. 목 부분에서 나오는 것은 팔을 통해 발끝까지 가고 있다. 허리 쪽에서 나온 것은 다리를 통해 발끝까지 가고 있다. 이것들 모두가 말초신경계다.
말초신경이란 손으로 잡아보면 좌골신경과 같은 폭 2cm 정도 되는 굵은 것에서 손과 발의 작은 근육에 분포하는 운동신경처럼 가느다란 것까지 있으나 의외로 강하여 조금 잡아당기는 정도로는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척수나 뇌에서 나온 말초신경의 뿌리에 해당되는 부분은 부드러워서 끊어지기 쉽다. 이는 튼튼한 보강용 섬유 성분(결합조직 섬유)이 신경 속에 섞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의한다.
2) 다발말초신경병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의 아픈 부위의 하나로서 이 말초신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한두 가닥의 말초신경이 아니고 좌우의 손과 좌우의 발끝에 오는 말초신경 모두에 해당된다. 이같이 많은 말초신경이 병에 걸리는 것을 다발말초신경병이라 한다. 음주자에게 일어나는 말초신경 장애는 모두 이 다발말초신경병의 일종이다. 나도 술을 마실 때는 알코올에 신경이 마비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술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하자 밤늦게 잠자리에 들면 다리가 쑤시고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어 고생을 했다. 병원을 찾았으나 통증은 개선되지 않았다.
음주자에게 발생하는 다발말초신경병은 다소의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손에도 이 병이 발생하지만 발이 손보다 더욱 심하다. 처음에는 발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다음으로는 다리 중에서도 말단, 즉 발끝 쪽이 대퇴부 부분보다 강하게 통증이 나타난다.
셋째로는 말초신경의 기능 중에서도 아픔이나 차고 뜨거운 것 등의 자극을 전하는 감각 기능이 손상되기 쉽다. 이것은 말초신경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신경 섬유 중에서 그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가는 섬유들이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 신경 섬유의 가닥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앞에서 말한 보장용 결합 조직 섬유와는 달리 바로 신호(정보)의 전달이라는 신경의 작용을 담당하는 본체인 것이다. 그 중 어떤 것은 뇌에서 시작하여 척수를 통해 내려온 명령을 근육에까지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운동 기능을 가진 운동신경이라고 한다.
또 어떤 것은 신체 끝 부위의 자극을 신호로 척수에 전달한다. 척수에 전달된 신호는 척수를 타고 올라가 뇌로 들어가며, 뇌 속의 시상(視床)과 대뇌 두정엽(頭頂葉)에서 아픈 감각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이 작용과 관계 있는 신경 섬유를 감각 신경이라 부른다.
아픔을 느끼는 감각과 차고 뜨거운 것을 느끼는 감각에 관계하는 신경 섬유는 비교적 가늘다. 음주자의 신경 섬유는 손상되기 쉽다. 가는 것이 왜 먼저 병들기 쉬운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말초 신경 장애 중에는 반대로 굵은 섬유가 걸리기 쉬운 병과 그 같은 선택성이 없는 것도 있다.
만성 음주에 의한 장애의 경우 심해지면 손의 신경도 병들고, 발과 하퇴뿐만 아니라 대퇴의 신경 쪽으로도 장애가 확대된다. 또 아픈 감각과 차고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뿐 아니라 더 굵은 신경 섬유가 담당하는 손과 발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의 관절 부분을 구부리고 펼 때의 미묘한 감각(관절각)과 운동 기능도 나빠진다.
신경이 병에 걸리는 것은 신경 섬유의 등심에 해당하는 부분(軸索)이 오그라들고 점점 파괴되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성질에 변화가 온 것이다.
2) 다발말초신경병의 증상
추운 겨울 다발말초신경병 환자가 밤에 뜨거운 전기 매트나 온수 매트를 깔고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등에 물집이 생겨난다.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이 감각 신경이 둔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심한 화상을 입어도 본인은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런 증상의 환자들을 정신병원에서 자주 만난다. 등에 화상으로 물집이 생기고, 그것이 터져 흉터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술에 만취되어 감각 기능이 마취되어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술로 인한 다발말초신경병으로 감각 기능의 저하가 배가 되어 등에 화상을 입는다. 특히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기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방바닥 장판이 까맣게 탈 때까지 뜨거운 통증을 느끼지 못해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들을 알코올중독자들에게서 많이 수 있었다. 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를 입게 되는 일도 흔하다.
발바닥 근육은 말라서 얇아진다. 하퇴와 대퇴도 가늘어진다. 발가락의 힘이 약해지고, 일어서거나 걷는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딛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체중도 줄고, 발끝의 피부도 차고, 손가락 색깔 등도 붉은 보라색을 띠고, 손톱도 지지러 져 보인다.
음주자에게 나타나는 산경 계통 장애 중 다말말초신경 장애가 가장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일 청주 3홉 이상 마시는 시람이라면 10년 뒤에는 3분의 1이 이런 상태에 빠진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3) 척수 장애
척수(脊髓)는 척주관 속에 있는 길고 부드러운 기관으로 간단히 말해 신경 섬유 다발이다. 뇌에 내려와 말초신경 쪽으로 전달되는 지령, 반대로 손과 발 쪽에서 시작하여 뇌를 향해 올라가는 신호와 같은 것들이 왕래하는 통로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척수는 그 중심부를 상하로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 등심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 바깥쪽을 싸면서 상하로 뻗어 있는 칼집 같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모든 신호가 왕래하는 통로에 해당되는 것은 외포(外包)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질(白質)이라 한다. 등심에 해당되는 부분은 회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회백질(灰白質)이란 하며 회백질은 중계점이다.
여기서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인 신경 섬유가 일당 끊어져서 다음 것으로 연결된다. 뇌에서 백질로 내려온 지령은 갑자기 안쪽에 있는 회백질로 들어가 거기서 다음 신경 섬유로 바꾸어 타고 말초신경으로 들어간다. 말초신경에 들어온 신호의 일부도 회백질로 들어와서 거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전선으로 갈아타고 백질로 나가서 뇌로 올라간다.
전세기 말까지 일부 학자에 의해 음주가 인간 척수를 상하게 한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이를 조사한 수는 적었고, 척수 손상이 술과 유관하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연구도 없었다. 그 후 조금씩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척수 손상은 음주자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드문 현상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견해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연구에 따라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척수의 백질을 통해 올라가는 신호의 전도(傳導)가 늦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척수가 손상되는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점차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척수의 손상은 신호의 전달이 늦어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감각이 둔화된다. 또 하나의 증상은 다리가 뻣뻣하게 되어 부드럽게 굽혀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음주자들 중에는 걷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이런 사람을 관찰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무릎의 접시뼈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을 망치로 치면 무릎 아래 부분이 튀어 오른다. 각기병 검사에 흔히 쓰이는 검사법으로 무릎 반사라 한다. 다리가 뻣뻣해진 음주자의 무릎 반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다. 이것을 무릎 반사의 항진(亢進)이라 한다.
환자를 침대에 반듯하게 눕히고 환자 오른쪽에 서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쪽 아래 다리, 예를 들어 오른쪽 다리의 대퇴를 왼손으로 가볍게 아래부터 싸고 오른손으로 발목의 바로 위를 강하게 쥐고 왼쪽, 즉, 환자의 동체와 머리 쪽을 향하여 갑자기 확 눌러 환자의 아래 다리를 무릎 관절에서 굽히면 보통 사람은 쉽게 구부러진다. 그러나 다리가 뻣뻣해진 사람을 굽히려 할 때 강한 저항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 지나가는 사이에 이윽고 힘이 쭉 빠진 것처럼 무릎이 힘없이 구부러진다.
이 과정은 펴진 잭나이프를 접어 넣을 때와의 느낌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저항 때문에 강한 힘이 필요했으나 이윽고 저항이 약해져서 쉽게 접혀 칼집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감촉이다. 그러므로 이런 무릎 굽히기를 ‘잭나이프 현상’이라고 부른다.
잭나이프 현상과 무릎 반사의 항진을 나타내는 것은 척수 또는 그, 위쪽으로 이어지는 뇌의 특정 부분에 기능 저하가 생겼을 때다. 근육은 이때 경련이 일어나는 것처럼 빠르고 강하게 수축하기 때문에 경축(痙縮)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 경축이 강하면 걸을 때 하지(下肢)는 뻣뻣해지고 발끝이 돌아오는 동작이 나빠지며, 발꿈치가 바닥에서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런 증상은 청주 3~4홉을 10년 이상 계속 음주자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
1) 말초신경
두개골 안에는 만두 모양의 뇌가 들어 있다. 뇌는 척수(脊髓)의 끝이 발달하여 크게 부푼 것으로 볼 수 있다. 척수는 배골(背骨;척주) 속에 있는 아래 위로 긴 척주관 안에 들어 있다.
척주(脊柱)는 성인의 경우 길이가 40cm 정도로 길고 가늘며, 부드럽고 흰색을 띠고 있다. 가로폭이 굵은 곳이 1.7cm, 앞 뒤 역시 굵은 곳이 이 척수의 양 겨드랑이에서 작은 나뭇가지 같은 가는 실 모양의 신경줄이 많이 나와 있다. 척수의 위에서 아래까지 그것이 도처에서 나와 조금씩 모인 다발이 양 옆으로 향하고 있다. 이 다발이 척주관을 만들고 있는 뼈(추골;推骨) 사이에 생긴 틈을 통해서 척주관 안에서 밖으로 나간다. 그 수는 모두 31~32가닥으로 모두 합치면 그것의 두 배가 된다. 목 부분에서 나오는 것은 팔을 통해 발끝까지 가고 있다. 허리 쪽에서 나온 것은 다리를 통해 발끝까지 가고 있다. 이것들 모두가 말초신경계다.
말초신경이란 손으로 잡아보면 좌골신경과 같은 폭 2cm 정도 되는 굵은 것에서 손과 발의 작은 근육에 분포하는 운동신경처럼 가느다란 것까지 있으나 의외로 강하여 조금 잡아당기는 정도로는 끊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척수나 뇌에서 나온 말초신경의 뿌리에 해당되는 부분은 부드러워서 끊어지기 쉽다. 이는 튼튼한 보강용 섬유 성분(결합조직 섬유)이 신경 속에 섞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 의한다.
2) 다발말초신경병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의 아픈 부위의 하나로서 이 말초신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한두 가닥의 말초신경이 아니고 좌우의 손과 좌우의 발끝에 오는 말초신경 모두에 해당된다. 이같이 많은 말초신경이 병에 걸리는 것을 다발말초신경병이라 한다. 음주자에게 일어나는 말초신경 장애는 모두 이 다발말초신경병의 일종이다. 나도 술을 마실 때는 알코올에 신경이 마비되어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술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하자 밤늦게 잠자리에 들면 다리가 쑤시고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어 고생을 했다. 병원을 찾았으나 통증은 개선되지 않았다.
음주자에게 발생하는 다발말초신경병은 다소의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손에도 이 병이 발생하지만 발이 손보다 더욱 심하다. 처음에는 발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다음으로는 다리 중에서도 말단, 즉 발끝 쪽이 대퇴부 부분보다 강하게 통증이 나타난다.
셋째로는 말초신경의 기능 중에서도 아픔이나 차고 뜨거운 것 등의 자극을 전하는 감각 기능이 손상되기 쉽다. 이것은 말초신경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신경 섬유 중에서 그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가는 섬유들이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 신경 섬유의 가닥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지만 앞에서 말한 보장용 결합 조직 섬유와는 달리 바로 신호(정보)의 전달이라는 신경의 작용을 담당하는 본체인 것이다. 그 중 어떤 것은 뇌에서 시작하여 척수를 통해 내려온 명령을 근육에까지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운동 기능을 가진 운동신경이라고 한다.
또 어떤 것은 신체 끝 부위의 자극을 신호로 척수에 전달한다. 척수에 전달된 신호는 척수를 타고 올라가 뇌로 들어가며, 뇌 속의 시상(視床)과 대뇌 두정엽(頭頂葉)에서 아픈 감각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이 작용과 관계 있는 신경 섬유를 감각 신경이라 부른다.
아픔을 느끼는 감각과 차고 뜨거운 것을 느끼는 감각에 관계하는 신경 섬유는 비교적 가늘다. 음주자의 신경 섬유는 손상되기 쉽다. 가는 것이 왜 먼저 병들기 쉬운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말초 신경 장애 중에는 반대로 굵은 섬유가 걸리기 쉬운 병과 그 같은 선택성이 없는 것도 있다.
만성 음주에 의한 장애의 경우 심해지면 손의 신경도 병들고, 발과 하퇴뿐만 아니라 대퇴의 신경 쪽으로도 장애가 확대된다. 또 아픈 감각과 차고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뿐 아니라 더 굵은 신경 섬유가 담당하는 손과 발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의 관절 부분을 구부리고 펼 때의 미묘한 감각(관절각)과 운동 기능도 나빠진다.
신경이 병에 걸리는 것은 신경 섬유의 등심에 해당하는 부분(軸索)이 오그라들고 점점 파괴되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성질에 변화가 온 것이다.
2) 다발말초신경병의 증상
추운 겨울 다발말초신경병 환자가 밤에 뜨거운 전기 매트나 온수 매트를 깔고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등에 물집이 생겨난다. 뜨거움을 느끼는 감각이 감각 신경이 둔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심한 화상을 입어도 본인은 잘 모르는 것이다. 그런 증상의 환자들을 정신병원에서 자주 만난다. 등에 화상으로 물집이 생기고, 그것이 터져 흉터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술에 만취되어 감각 기능이 마취되어 그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술로 인한 다발말초신경병으로 감각 기능의 저하가 배가 되어 등에 화상을 입는다. 특히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시기에 이런 일이 자주 발생했다. 방바닥 장판이 까맣게 탈 때까지 뜨거운 통증을 느끼지 못해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들을 알코올중독자들에게서 많이 수 있었다. 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를 입게 되는 일도 흔하다.
발바닥 근육은 말라서 얇아진다. 하퇴와 대퇴도 가늘어진다. 발가락의 힘이 약해지고, 일어서거나 걷는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딛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체중도 줄고, 발끝의 피부도 차고, 손가락 색깔 등도 붉은 보라색을 띠고, 손톱도 지지러 져 보인다.
음주자에게 나타나는 산경 계통 장애 중 다말말초신경 장애가 가장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매일 청주 3홉 이상 마시는 시람이라면 10년 뒤에는 3분의 1이 이런 상태에 빠진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3) 척수 장애
척수(脊髓)는 척주관 속에 있는 길고 부드러운 기관으로 간단히 말해 신경 섬유 다발이다. 뇌에 내려와 말초신경 쪽으로 전달되는 지령, 반대로 손과 발 쪽에서 시작하여 뇌를 향해 올라가는 신호와 같은 것들이 왕래하는 통로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척수는 그 중심부를 상하로 가늘고 길게 뻗어 있는 등심에 해당하는 부분과 그 바깥쪽을 싸면서 상하로 뻗어 있는 칼집 같은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모든 신호가 왕래하는 통로에 해당되는 것은 외포(外包)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백질(白質)이라 한다. 등심에 해당되는 부분은 회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회백질(灰白質)이란 하며 회백질은 중계점이다.
여기서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인 신경 섬유가 일당 끊어져서 다음 것으로 연결된다. 뇌에서 백질로 내려온 지령은 갑자기 안쪽에 있는 회백질로 들어가 거기서 다음 신경 섬유로 바꾸어 타고 말초신경으로 들어간다. 말초신경에 들어온 신호의 일부도 회백질로 들어와서 거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전선으로 갈아타고 백질로 나가서 뇌로 올라간다.
전세기 말까지 일부 학자에 의해 음주가 인간 척수를 상하게 한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이를 조사한 수는 적었고, 척수 손상이 술과 유관하다는 결론을 내릴만한 연구도 없었다. 그 후 조금씩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척수 손상은 음주자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드문 현상으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견해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연구에 따라 음주자는 비음주자에 비해 척수의 백질을 통해 올라가는 신호의 전도(傳導)가 늦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척수가 손상되는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점차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척수의 손상은 신호의 전달이 늦어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감각이 둔화된다. 또 하나의 증상은 다리가 뻣뻣하게 되어 부드럽게 굽혀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음주자들 중에는 걷기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이런 사람을 관찰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다. 무릎의 접시뼈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을 망치로 치면 무릎 아래 부분이 튀어 오른다. 각기병 검사에 흔히 쓰이는 검사법으로 무릎 반사라 한다. 다리가 뻣뻣해진 음주자의 무릎 반사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다. 이것을 무릎 반사의 항진(亢進)이라 한다.
환자를 침대에 반듯하게 눕히고 환자 오른쪽에 서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쪽 아래 다리, 예를 들어 오른쪽 다리의 대퇴를 왼손으로 가볍게 아래부터 싸고 오른손으로 발목의 바로 위를 강하게 쥐고 왼쪽, 즉, 환자의 동체와 머리 쪽을 향하여 갑자기 확 눌러 환자의 아래 다리를 무릎 관절에서 굽히면 보통 사람은 쉽게 구부러진다. 그러나 다리가 뻣뻣해진 사람을 굽히려 할 때 강한 저항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 지나가는 사이에 이윽고 힘이 쭉 빠진 것처럼 무릎이 힘없이 구부러진다.
이 과정은 펴진 잭나이프를 접어 넣을 때와의 느낌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저항 때문에 강한 힘이 필요했으나 이윽고 저항이 약해져서 쉽게 접혀 칼집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감촉이다. 그러므로 이런 무릎 굽히기를 ‘잭나이프 현상’이라고 부른다.
잭나이프 현상과 무릎 반사의 항진을 나타내는 것은 척수 또는 그, 위쪽으로 이어지는 뇌의 특정 부분에 기능 저하가 생겼을 때다. 근육은 이때 경련이 일어나는 것처럼 빠르고 강하게 수축하기 때문에 경축(痙縮)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 경축이 강하면 걸을 때 하지(下肢)는 뻣뻣해지고 발끝이 돌아오는 동작이 나빠지며, 발꿈치가 바닥에서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런 증상은 청주 3~4홉을 10년 이상 계속 음주자 중 한 명꼴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