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C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 현장에 나도 있었다. 그곳은 개방된 기도원으로 일반 집회는 물론이고 소수 인원의 알코올중독자 치료 교육도 겸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알코올중독자들의 치료는 명목상이고 사실은 그들의 제공하는 식비 명목의 돈이 기도원 운영비로 쓰이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에는 알코올중독자는 무조건 그들의 음주 중단을 위해 사회와의 격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인가와 멀리 떨어진 깊은 산속의 기도원에 알코올중독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다행히 기도원은 환자를 격리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인의 권유로 그곳에서 매주 1박 2일의 강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환자들이 몰래 술 마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환자들 중 40대 후반의 환자가 있었다. 기도원에 딸린 2천 평 정도의 밭이 있어서 그는 혼자 묵묵히 그 넓은 밭에 채소를 심고 가꾸어 기도원 부식을 풍성하게 했다. 그래서 환자들은 그를 농림부 장관이라고 불렀다. 그는 술 문제로 험한 곳에 여러 차례 끌려다닌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도원 직원들 몰래 벌이는 환자들 술판에 한 번도 낀 적이 없는 성실한 친구였다.
알코올중독 치료 강의를 마치고 밤늦게 잠들었을 때였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또 몰래 술을 마시고 난동을 피우는 것이 흔한 일이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도원은 큰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농사일을 도맡아 하던 그 젊은이가 사망한 것이었다.
새벽 1시는 되었을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가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졌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동료가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눈에 방바닥에 쓸어져 쿡쿡하고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젊은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황급히 사무실로 달려가 원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원장은 급히 119 응급차량을 불러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나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곧 환자의 가족에게 그의 사망 사실이 전해지고 그의 부모님들이 달려왔다. 평소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숨을 거두자, 그의 부모님들은 부검을 요청했다. 금주기도원에서 환자들을 때려죽인다는 소문이 중독 사회에서 떠돌던 시기라 사망의 원인에 의구심을 품은 것이었다.
부검을 참관하고 온 원장은 놀라운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사망한 그의 심장이 다른 사람들의 심장보다 두 배나 부풀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인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알코올이 불러온 심근증이 원인이었다.
이미 알코올과 콜레스테롤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알코올중독자들의 경우 혈관에 악성 콜레스테롤이 상당히 끼어 있다. 술을 마시면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빨라진다. 혈액을 동맥을 통해 신체 각 부위에 뻗어 있는 모세혈관까지 보내기 위해 심장은 힘차게 수축 운동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동맥에 잔뜩 끼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의 내경을 좁혀 놓아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심장은 강하게 수축하나 혈관 벽에 들어붙은 콜레스테롤이 이를 방해하니 자연 심장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자. 장기 음주자의 심장에서 장애가 발견되는 것은 전세기 후반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음주자에게서 볼 수 있는 다른 장기 장애와 마찬가지로 원인은 알코올 자체의 독성 때문이 아니라 음주에 따르는 음식물 섭취 부족에 의한 영양 장애가 원인인 것으로 오랫동안 믿어져 왔다. 이런 견해가 바뀐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다. 그 후 여러 가지 연구 결과에 의해 알코올이 심장 근육에 직접 작용하여 오랜 시간이 경과하며 상하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비티민B1의 결핍에 의한 영양 장애와 알코올의 직접 작용에 의한 장애 두 가지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가운데 비티민B1 결핍에 의한 것이 각기병이다. 실제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다리가 성치 못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단순한 비티민B1의 결핍에서 오는 각기병이라면 걱정할 것까지는 없으나 대량 장기 음주에서 오는 심장 장애의 하나인 울혈성(鬱血性 ; 울혈성이란 피가 심장에서 충분히 나가지 않음으로써 심장에 계속 정체하고 있는 상태) 심부전증(心不全症)이면 문제는 커진다. 각기병이 경우 울혈은 잘 알려져 있다. 울혈이란 한 국소의 정맥이 확장되어 정맥혈이 막히면서 출혈이 일어나는 증세다. 다시 말하면 심장은 별로 확장되지 않고 심장 혈액 반출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울혈의 원인은 심장에 있기보다 혈관 확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울혈성 심부전증에는 정강이에 부기가 있고, 손으로 누르면 들어간 자리가 생기는 각기와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 외에도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정강이와 배와 얼굴이 부어오른다.
이런 환자의 최저 혈압은 대개 정상인보다 조금 높다. 맥박도 조금 빠르다. 부정맥은 없다. 다만 호흡수는 상당히 빠르다. 심장 기능이 약한 것을 호흡으로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은 상당히 커진다. 심실 벽의 근육은 얇아지고, 수축력도 약해진다. 수축할 때 잡음을 내는 것은 심실 속의 혈액이 수축할 때 심방(深房)으로 역류하는 데 따라 내는 소리와 같다. 원래는 이때 닫아야 할 심실과 심방 사이의 내벽이 너무 커서 확장되어 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꽉 닫히지 않게 된 것이다.
왼쪽 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갈 수 없는 혈액이 왼쪽 심방을 넘어서 폐에 모이고, 다시 오른쪽 심실, 오른쪽 심방을 넘어서 정맥 속에 고인다. 이 때문에 목의 정맥이 팽창해서 굵어지고, 정맥계의 울혈 때문에 간장도 상당히 부어올라 커진다. 정강이에는 부기가 오고, 손으로 누르면 각기 증세와 같이 들어간 자리가 쉽게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심장 근육의 힘은 떨어져 펌프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울혈성 심부전인 것이다.
이런 증세가 일어난 원인으로 장기간의 대량 음주로 심장 근육에 장애를 초래하여 수축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알코올과 심장병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심장은 인간의 장기 중 가장 중요한 장기다. 신장이나 폐, 눈, 귀 같은 장기는 두 개씩이어서 여유가 있다. 한편이 고장났을 때 다른 한편이 능히 그 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심장이나 간의 경우는 대신할 다른 한편이 없다. 그럴 경우 이식 등의 외과적 수술 방법이 동원되나 생명을 얼마간 연장하는 데 불과한 미봉책일 뿐 자기의 수명을 완전히 되찾을 수는 없다.
만성 장기 음주자에게 오는 보편적인 심장질환은 심근염(心筋炎) : Cardiomyopathy) 이다. 술을 마시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심장이 혹사당하게 되므로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이렇게 과로로 심장이 녹초가 되면 제 기능을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걷거나 뛰기로 하면 심장은 더욱 빠르게 박동하여 조직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게 되므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이 유산소 운동이다. 그러나 알코올을 섭취한 생태에서는 공허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므로 심장만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알코올은 심근에 직접 작용하여 심장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핵 물질에 이상을 초래한다. 전자현미경으로 심장 세포를 세밀히 관찰해 보면 퇴행성 변화와 구조의 이상 및 효소의 유리(遊離)를 동반한 ATP(Aden Triphate) 물질에 이상을 일으켜 심장의 악화를 가져와 심근염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근 수축의 기능이 약화되어 혈액을 심장 밖으로 내뿜는 송출력이 감퇴되어 심장 자체를 비롯하여 모든 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에 이변이 일어난다.
또한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심장에서의 칼슘 결합(Binding)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심장 수축에 영향을 주며, 우리 몸에 가장 풍부한 분자로 에너지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심장 세포의 ATP와 혈관 내막에 대한 전해질의 활동을 저해한다. 간에서의 알코올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심근을 침범하게 되면 심근은 비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근섬유에 지방이 침착하여 심장의 펌프와 같은 작동을 충분히 해낼 수 없게 되는 등 복잡하고 미묘한 생화학적 변화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심장은 심근에 의해 수축과 확장 운동이 쉼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생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만일 잠깐만이라도 심장 운동이 정지되면 그 생체는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 70년을 살았다고 가정할 때 심장 박동 수는 무려 25억7천5백44만 번이 되며, 그것도 단 1초도 멈춤이 없이 계속된 결과다. 사람에게 심장은 이렇게 중요한 장기다.
이런 심장의 생명은 심근의 강약에 좌우된다. 근 활동의 약화는 수축의 약화를 가져오고 또 수축력의 약화는 심장의 혈액 송출력을 저하시키며, 송출력의 저하는 조직의 빈혈을 가져오고, 조직의 빈혈은 사망을 초래케 한다.
이런 증상은 갑작스레 나타난다기보다는 아주 서서히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며, 심전도 검사나 X-선 검사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예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심근의 약화는 전신의 순환 장애를 일으켜 얼굴과 수족에 부종이 오고, 호흡 곤란, 흉통, 심한 피로, 협심증, 고혈압, 돌연사, 부정맥 등의 치명적인 질환이 연이어 일어난다.
알코올성 심근 질환은 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의사의 좋은 치료와 환자의 꾸준한 섭생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5~6년이라는 긴 시일이 필요하며, 치료의 성공 여부는 철저한 단주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알코올성 심장질환 중에 할리데이 하트(Holiday Heart)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병명이 있다. 할리데이 하면 휴일 또는 축제일, 휴가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환자들 중 술 때문에 할리데이 직후, 즉 휴가 직후나 주말 직후의 월요일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친 대량 음주자들로 휴가나 휴일의 음주로 인해 이미 진행 중에 있는 알코올성 심근증 증세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지자 ‘할리데이 하트 신드롬(휴일 심장병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이젠 정식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할리데이, 즉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바다 또는 운동경기장으로 휴일을 즐기러 나가고, 부유한 사람들은 골프나 장기 여행으로 그들 나름대로 인생을 즐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술이라는 물질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들 중에는 가족과 함께 건전하고 생산적인 휴일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올바르지 못한 동반자와 술로 정신을 마비시켜 술과 쾌락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광란의 향연에서 과도한 양의 술이 체내에 들어가면 간이 혹사당하게 되고, 심장의 근육에도 마비가 일어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코올성 심근염이 발생하면 100분의 1초의 정지함도 또 오차도 없이 뛰어야 하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가냘픈 맥박인 심장 세동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심정지가 일어나면 의사의 구급 조치가 없는 한 생명을 잃게 된다.
이때 만일 심근경색으로 발전하게 되면 심장의 좌심실 벽의 관상동맥에 혈전 또는 혈관이 막히는 전색(栓塞)이나 경련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심장 자체가 순환 장애를 일으켜 괴사는 물론 허탈과 쇼크에 빠져 위기를 맞게 된다.
충청도 C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그 현장에 나도 있었다. 그곳은 개방된 기도원으로 일반 집회는 물론이고 소수 인원의 알코올중독자 치료 교육도 겸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알코올중독자들의 치료는 명목상이고 사실은 그들의 제공하는 식비 명목의 돈이 기도원 운영비로 쓰이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에는 알코올중독자는 무조건 그들의 음주 중단을 위해 사회와의 격리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인가와 멀리 떨어진 깊은 산속의 기도원에 알코올중독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다행히 기도원은 환자를 격리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인의 권유로 그곳에서 매주 1박 2일의 강의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환자들이 몰래 술 마시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환자들 중 40대 후반의 환자가 있었다. 기도원에 딸린 2천 평 정도의 밭이 있어서 그는 혼자 묵묵히 그 넓은 밭에 채소를 심고 가꾸어 기도원 부식을 풍성하게 했다. 그래서 환자들은 그를 농림부 장관이라고 불렀다. 그는 술 문제로 험한 곳에 여러 차례 끌려다닌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도원 직원들 몰래 벌이는 환자들 술판에 한 번도 낀 적이 없는 성실한 친구였다.
알코올중독 치료 강의를 마치고 밤늦게 잠들었을 때였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또 몰래 술을 마시고 난동을 피우는 것이 흔한 일이라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기도원은 큰 사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농사일을 도맡아 하던 그 젊은이가 사망한 것이었다.
새벽 1시는 되었을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가 침대에서 쿵하고 떨어졌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동료가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눈에 방바닥에 쓸어져 쿡쿡하고 호흡장애를 일으키는 젊은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황급히 사무실로 달려가 원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원장은 급히 119 응급차량을 불러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나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곧 환자의 가족에게 그의 사망 사실이 전해지고 그의 부모님들이 달려왔다. 평소 건강하던 그가 갑자기 숨을 거두자, 그의 부모님들은 부검을 요청했다. 금주기도원에서 환자들을 때려죽인다는 소문이 중독 사회에서 떠돌던 시기라 사망의 원인에 의구심을 품은 것이었다.
부검을 참관하고 온 원장은 놀라운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사망한 그의 심장이 다른 사람들의 심장보다 두 배나 부풀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인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알코올이 불러온 심근증이 원인이었다.
이미 알코올과 콜레스테롤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알코올중독자들의 경우 혈관에 악성 콜레스테롤이 상당히 끼어 있다. 술을 마시면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빨라진다. 혈액을 동맥을 통해 신체 각 부위에 뻗어 있는 모세혈관까지 보내기 위해 심장은 힘차게 수축 운동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동맥에 잔뜩 끼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의 내경을 좁혀 놓아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심장은 강하게 수축하나 혈관 벽에 들어붙은 콜레스테롤이 이를 방해하니 자연 심장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자. 장기 음주자의 심장에서 장애가 발견되는 것은 전세기 후반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음주자에게서 볼 수 있는 다른 장기 장애와 마찬가지로 원인은 알코올 자체의 독성 때문이 아니라 음주에 따르는 음식물 섭취 부족에 의한 영양 장애가 원인인 것으로 오랫동안 믿어져 왔다. 이런 견해가 바뀐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다. 그 후 여러 가지 연구 결과에 의해 알코올이 심장 근육에 직접 작용하여 오랜 시간이 경과하며 상하게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비티민B1의 결핍에 의한 영양 장애와 알코올의 직접 작용에 의한 장애 두 가지가 일어날 수 있다. 이 가운데 비티민B1 결핍에 의한 것이 각기병이다. 실제 만성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다리가 성치 못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단순한 비티민B1의 결핍에서 오는 각기병이라면 걱정할 것까지는 없으나 대량 장기 음주에서 오는 심장 장애의 하나인 울혈성(鬱血性 ; 울혈성이란 피가 심장에서 충분히 나가지 않음으로써 심장에 계속 정체하고 있는 상태) 심부전증(心不全症)이면 문제는 커진다. 각기병이 경우 울혈은 잘 알려져 있다. 울혈이란 한 국소의 정맥이 확장되어 정맥혈이 막히면서 출혈이 일어나는 증세다. 다시 말하면 심장은 별로 확장되지 않고 심장 혈액 반출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울혈의 원인은 심장에 있기보다 혈관 확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울혈성 심부전증에는 정강이에 부기가 있고, 손으로 누르면 들어간 자리가 생기는 각기와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 외에도 많은 증상이 나타난다. 정강이와 배와 얼굴이 부어오른다.
이런 환자의 최저 혈압은 대개 정상인보다 조금 높다. 맥박도 조금 빠르다. 부정맥은 없다. 다만 호흡수는 상당히 빠르다. 심장 기능이 약한 것을 호흡으로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심장은 상당히 커진다. 심실 벽의 근육은 얇아지고, 수축력도 약해진다. 수축할 때 잡음을 내는 것은 심실 속의 혈액이 수축할 때 심방(深房)으로 역류하는 데 따라 내는 소리와 같다. 원래는 이때 닫아야 할 심실과 심방 사이의 내벽이 너무 커서 확장되어 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꽉 닫히지 않게 된 것이다.
왼쪽 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갈 수 없는 혈액이 왼쪽 심방을 넘어서 폐에 모이고, 다시 오른쪽 심실, 오른쪽 심방을 넘어서 정맥 속에 고인다. 이 때문에 목의 정맥이 팽창해서 굵어지고, 정맥계의 울혈 때문에 간장도 상당히 부어올라 커진다. 정강이에는 부기가 오고, 손으로 누르면 각기 증세와 같이 들어간 자리가 쉽게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심장 근육의 힘은 떨어져 펌프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울혈성 심부전인 것이다.
이런 증세가 일어난 원인으로 장기간의 대량 음주로 심장 근육에 장애를 초래하여 수축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알코올과 심장병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심장은 인간의 장기 중 가장 중요한 장기다. 신장이나 폐, 눈, 귀 같은 장기는 두 개씩이어서 여유가 있다. 한편이 고장났을 때 다른 한편이 능히 그 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심장이나 간의 경우는 대신할 다른 한편이 없다. 그럴 경우 이식 등의 외과적 수술 방법이 동원되나 생명을 얼마간 연장하는 데 불과한 미봉책일 뿐 자기의 수명을 완전히 되찾을 수는 없다.
만성 장기 음주자에게 오는 보편적인 심장질환은 심근염(心筋炎) : Cardiomyopathy) 이다. 술을 마시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심장이 혹사당하게 되므로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이렇게 과로로 심장이 녹초가 되면 제 기능을 감당하기 힘들게 된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걷거나 뛰기로 하면 심장은 더욱 빠르게 박동하여 조직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게 되므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이 유산소 운동이다. 그러나 알코올을 섭취한 생태에서는 공허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므로 심장만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알코올은 심근에 직접 작용하여 심장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핵 물질에 이상을 초래한다. 전자현미경으로 심장 세포를 세밀히 관찰해 보면 퇴행성 변화와 구조의 이상 및 효소의 유리(遊離)를 동반한 ATP(Aden Triphate) 물질에 이상을 일으켜 심장의 악화를 가져와 심근염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심근 수축의 기능이 약화되어 혈액을 심장 밖으로 내뿜는 송출력이 감퇴되어 심장 자체를 비롯하여 모든 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에 이변이 일어난다.
또한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심장에서의 칼슘 결합(Binding)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심장 수축에 영향을 주며, 우리 몸에 가장 풍부한 분자로 에너지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심장 세포의 ATP와 혈관 내막에 대한 전해질의 활동을 저해한다. 간에서의 알코올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심근을 침범하게 되면 심근은 비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근섬유에 지방이 침착하여 심장의 펌프와 같은 작동을 충분히 해낼 수 없게 되는 등 복잡하고 미묘한 생화학적 변화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심장은 심근에 의해 수축과 확장 운동이 쉼 없이 이루어짐으로써 생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만일 잠깐만이라도 심장 운동이 정지되면 그 생체는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 70년을 살았다고 가정할 때 심장 박동 수는 무려 25억7천5백44만 번이 되며, 그것도 단 1초도 멈춤이 없이 계속된 결과다. 사람에게 심장은 이렇게 중요한 장기다.
이런 심장의 생명은 심근의 강약에 좌우된다. 근 활동의 약화는 수축의 약화를 가져오고 또 수축력의 약화는 심장의 혈액 송출력을 저하시키며, 송출력의 저하는 조직의 빈혈을 가져오고, 조직의 빈혈은 사망을 초래케 한다.
이런 증상은 갑작스레 나타난다기보다는 아주 서서히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며, 심전도 검사나 X-선 검사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예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심근의 약화는 전신의 순환 장애를 일으켜 얼굴과 수족에 부종이 오고, 호흡 곤란, 흉통, 심한 피로, 협심증, 고혈압, 돌연사, 부정맥 등의 치명적인 질환이 연이어 일어난다.
알코올성 심근 질환은 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 한 의사의 좋은 치료와 환자의 꾸준한 섭생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5~6년이라는 긴 시일이 필요하며, 치료의 성공 여부는 철저한 단주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알코올성 심장질환 중에 할리데이 하트(Holiday Heart)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병명이 있다. 할리데이 하면 휴일 또는 축제일, 휴가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환자들 중 술 때문에 할리데이 직후, 즉 휴가 직후나 주말 직후의 월요일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에 걸친 대량 음주자들로 휴가나 휴일의 음주로 인해 이미 진행 중에 있는 알코올성 심근증 증세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지자 ‘할리데이 하트 신드롬(휴일 심장병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이젠 정식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할리데이, 즉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바다 또는 운동경기장으로 휴일을 즐기러 나가고, 부유한 사람들은 골프나 장기 여행으로 그들 나름대로 인생을 즐긴다. 그런데 여기에는 반드시 술이라는 물질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들 중에는 가족과 함께 건전하고 생산적인 휴일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올바르지 못한 동반자와 술로 정신을 마비시켜 술과 쾌락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광란의 향연에서 과도한 양의 술이 체내에 들어가면 간이 혹사당하게 되고, 심장의 근육에도 마비가 일어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코올성 심근염이 발생하면 100분의 1초의 정지함도 또 오차도 없이 뛰어야 하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가냘픈 맥박인 심장 세동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심정지가 일어나면 의사의 구급 조치가 없는 한 생명을 잃게 된다.
이때 만일 심근경색으로 발전하게 되면 심장의 좌심실 벽의 관상동맥에 혈전 또는 혈관이 막히는 전색(栓塞)이나 경련이 일어나는데, 이렇게 되면 심장 자체가 순환 장애를 일으켜 괴사는 물론 허탈과 쇼크에 빠져 위기를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