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치유 길라잡이

중독 단상 7 정직이 알코올중독자를 살린다  

관리자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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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正直)이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라고 풀이한다. 또는 거짓이 없고 매우 솔직하거나 진실한 것으로 사전은 설명한다. 이를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거짓말하지 않는 것쯤으로 알면 된다. 그런데 많은 심리학자들과 정신과 전문의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알코올중독이라는 병을 정직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이런 견해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A.A.라는 자조 집단이 있다. A.A.는 멤버들(회원들)의 공동 문제(알코올중독)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의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회복되도록 그들을 돕기 위해 서로의 경험과 힘과 희망을 나누는 남녀들의 공동체(Fellowship)다. A.A.는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A.A.라 칭한다.

A.A.는 1935년 미국 오하이오주 에크론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뉴욕 증권거래소의 중계인인 지독한 알코올중독자 빌 윌슨과 외과 의사 밥 스미스에 의하여 창립된 자조 모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A.A.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익명성(匿名性)이다. A.A. 회원들은 어느 모임에 가든 절대 자신의 신분을 밝혀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지금도 그렇지만 알코올중독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의지박약 또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 노숙자 또는 술망나니 정도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런 취급을 받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되기 쉽기 때문에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알코올중독자가 되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알코올에 중독이 되어 술 없이 살 수 없게 된 알코올중독자는 알코올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마시기 위해 자신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중독 사실을 부인, 부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전문가들은 알코올중독은 거짓말하게 하는 병이라고 정의한다. 알코올중독의 거짓말은 그 사람이 정직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정직이 병의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이다.

A.A. 회원들은 경험담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조 모임에 참석하면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음주 경험담을 남보다 먼저 발표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임이 시작되고 경험담 발표 시간이 되면 서로서로 먼저 음주 경험담을 발표하기 위해 손을 경쟁적으로 치켜든다. 그리고 사회자가 지명하면 그들은 자신을 알코올중독자 oo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지난날 술 마시던 시절의 바참했던 일들을 숨김없이 발표한다. 모임이 끝날 때까지 자기 차례가 안 오면 마치 도둑을 맞은 것 같다고 술회하는 회원들도 있다. 남이 알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죄로 얼룩진 지난날의 발표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듯 그들은 경쟁한다. 이런 모임에서의 공개 고백을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회원들은 절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 A.A.의 규칙이다. 자신의 성씨 앞에, 그 성이 자신의 성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성씨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 성씨 앞에 자기 거주지를 붙여 자신을 소개한다. 종로 이, 또는 부산 박 등으로. 여기에서 그 거주지가 거짓이라도 탓하지 않는다. 이것이 익명성(匿名性)이다.

이 익명성이 회원들의 비밀을 지켜주기 때문에 아무 두려움 없이, 거짓 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가 알까 두려워 꼭꼭 숨겨왔던 과거의 추악한 경험담을 아무 두려움 없이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에 신입회원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만이 세상 고통 혼자 짊어지고 술에 빠져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나 혼자만이 아니였구나 하며 동료 의식을 느끼면 마음의 문을 연다.

모임이 끝날 때, 사회를 보는 리더는 이곳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이곳에 놓고 가시라고 당부한다. A,A,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의 비밀을 엄수하라는 당부인 것이다 이렇게 신분과 모임에서의 발언(고백)의 비밀이 보장된다. A.A의 익명성은 나중에 영적 개념으로 발전한다.

A.A.에서는 그들이 발행한 책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을 <빅 북>이라고 부른다. 영어권의 신앙은 거의 기독교이기 때문에 빅 북을 위대한 책, 즉 성경을 지칭한다. A.A.사람들은 이 <익명의 알코올중독들>이라는 책을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위대한 책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이 그들에게 성경처럼 위대한 책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 책을 통하여 술을 끊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책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의 제5장 <단주 계획을 성취하는 방법>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있다. “우리의 방침을 철저히 준수한 사람이 실패한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회복되지 못한 사람들은 이 간단한 계획에 전적으로 몰두할 수 없거나 하지 않은 사람들로 대개는 그들 자신이 천성적으로 정직하게 될 능력이 없는 남녀들이다. 그런 불행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잘못이 없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그들은 철저히 정직이 요구되는 생활 태도를 갖고 성장시키는데 자연 무능하며, 가망은 평균보다 희박하다. 극심한 감정과 정신적 혼란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에게 정직해질 능력만 있다면 그들 중 대다수가 고칠 수 있다.”

왜 이렇게 A.A.는 정직을 강조할까? 이 글을 보면 A.A.가 제시한 회복 프로그램을 성실히 실천한 사람은 알코올중독으로부터 모두 회복되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정신의학계에서는 알코올중독을 회복이 불가능한 질병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많은 알코올중독자들이 A.A.를 통하여 회복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A.A.의 회복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의 재벌 록펠러도 A.A.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A.A. 프로그램은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알코올중독의 치료뿐만 아니라 마약중독, 게임중독, 도박중독 등 모든 중독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제5장 (<단주 계획을 성취하는 방법>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이 말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자. 우리의 방침 즉 A.A.가 제시한 방법인 12단계를 철저히 준수한 사람은 모두 알코올중독으로부터 회복되었다. 그런데 간혹 회복하지 못한 사람도 있는데,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그들은 이 회복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몰두할 수 없었거나 몰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은 대개 천성적으로 정직하게 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행한 사람들로 그들 잘못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인가? 천성적으로 정직하게 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란 유전적으로 거짓말쟁이로 태어난 사람들이란 이야기인데, 태어날 때부터 거짓말쟁이로 태어났다는 말인데, 과연 그런 사람들이 존재할까? 살다보니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니 거짓이 습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얀 거짓말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유전적으로 거짓말쟁이로 태어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누구나 정직할 수 있고 또 정직해야 한다. 알코올중독자들은 더욱 그래야만 살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의 본능적 방어기제>에서 이미 설명한 것과 같이 알코올중독이란 병은 거짓말하게 만드는 병이다. 정직하게 자신의 음주를 인정하고 마신 것을 시인하면 꼼짝없이 알코올중독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알코올중독자임을 인정하면 술 없이 살 수 없게 된 그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의 술을 지키기 위해, 마시기 위해 방어기제로 또 중독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거짓이란 방어기제를 본능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알고, 치료에 협조해야 그 병을 고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알코올중독자들이 여러 번, 심한 경우에는 수십 차례 정신병원의 입퇴원을 반복하고도 회복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치료받은 알코올중독자 중 천 명에 한 명 정도가 단주에 성공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고, 알코올중독은 질병이고, 자신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니까 환자가 아니고, 그러니까 환자가 아닌 자신이 치료를 위해 자신을 괴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치료를 거부한다. 그래 놓고 알코올중독자들은 무슨 의사가 알코올중독자의 술을 끊어주느냐고 의사들을 비난한다. 그러면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은 우리에게 치료는 고사하고 진단할 기회조차 주어본 일이 있느냐?”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본능적 방어기제 때문이다. 이 본능적 방어기제로 사용하는 거짓말이 알코올중독자임을 부정하게 하고,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니까 자신은 환자가 아니고, 환자가 아닌데 왜 치료라는 목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A.A.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정직으로 이 정직이 본능적 방어기제라는 견고한 방어벽을 격파하고, 자신이 알코올중독자임을 시인하게 하고,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회복으로 가는 문으로 열고 스스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 기꺼이 하려는 마음이 샘 솟을 때 비로소 회복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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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교역자 : 맹경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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