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코올이 간장에 끼치는 해
1) 음주에 의한 간장의 혼란
간장은 종합화학공장이다. 인체가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섭취하면 그 영양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인체가 사용할 수 있는 물질로 바꾸어 주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음식물을 먹는다. 그 음식물 중 탄수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탄수화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간에서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으로 변화시켜 주고, 그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만들어 인체의 엔진 역할을 하는 구연산회로 또는 호흡사슬이라 부르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와 만나 연소되면 에너지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 에너지로 모든 장기가 활동하며 살아간다.
간장은 가장 충직한 장기다. 간장은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인체 보호를 위해 그 독성 제거에 전력을 다한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장은 알코올을 무조건 독으로 인식하고 독성 제거에 집중한다. 인체의 모든 장기가 알코올의 독기에 마비되어 제 기능을 정지하고 있을 때에도 간장은 휴식도 없이 알코올을 처리한다.
간장은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그 독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한 번에 무독 처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은 인체에 들어온 알코올을 처리하여 우선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꾸어 놓는다. 다음에 이것을 아세트산으로 바꾸어 놓는다.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다시 아세트산이 되는 과정에서 알코올의 산화 처리에 필수적인 윤활유와 반응 촉진제(신진대사물질)가 다량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 윤활유는 간장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이것은 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물질의 합성과 분해하는 다른 화학 과정에도 필요하다. 이 물질이 없으면 구연산회로-호흡사슬-마저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발생은 중단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손발의 운동은 물론 심장조차 움직이지 않게 된다.
간장의 소임은 알코올을 처리하는 것만은 아니다. 윤활유 부족에 의한 혼란은 대량의 알코올을 처리할 때 특히 강하게 일어난다. 숙취 상태에 있는 사람의 간장은 그 같은 혼란에 빠진다. 이 혼란은 간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몸 전체가 간잔 혼란의 영향을 받는다.
2) 간장의 활동 변화
만성적으로 술을 계속 마실 때 간장의 작용은 정상으로부터 변화한다. 그중 괄목할 만한 것은 알코올 처리 능력의 향상이다. 간장이 알코올에 익숙해짐에 따라 처음에 처리했던 양보다 더욱 많은 양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만 그 결과로 생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처리하는 능력은 점점 저하되어 간다.
이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간장의 세포 속에서 우주선처럼 유영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를 상하게 함으로 알코올 처리 중에 사용되어 변해버린 윤활유의 재생 능력이 떨어져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에 작용하는 고능력의 효소인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 1형(ALDH)의 작용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간장에 모인 아세트알데하이드 일부는 넘쳐서 혈액 속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혈액 속의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는 자연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다시 손상되고, 이런 상태로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이런 악순환이 음주를 계속하는 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계속 술을 마시고 있으면 간장 속에서 윤활유인 조효소 NAD가 감소되고, NADH(NAD의 환원형)가 넘치게 된다. 알코올 처리를 위해 NAD가 알코올로부터 수소를 받아들여 NADH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 성분인 지방산을 분해하기 어렵게 되고, 반대로 중성지방이 점차 증가한다. 구연산회로의 가마 활동 횟수는 줄고, 태우는 연료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에너지의 운반 물질인 ATP(아데노신삼인산)가 조금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포도당도 조금밖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에서 포도당 공급이 중단되면 저혈당이라는 긴급 사태에 빠져버린다.
한편 락트산(유산 또는 젖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통풍 발작이 유발되는 일이 있다. 락트산은 신장의 요산 배설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락트산이 증가하면 간장에서 콜라겐이라는 굳은 실 모양의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이 간장의 섬유화에도 한몫한다.
3) 알코올과 지방간
의사들은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하더라도 한번 마시면 적어도 1주일은 마시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이유는 지방간 때문이다. 그러나 기름기 있는 음식은 고사하고 곡기를 끊고 오직 술만 마시는 술꾼들이 알코올중독자인데 간에 기름이 낀다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이미 보았듯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이것이 다시 아세트산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 처리에는 윤활유인 NAD가 필요하며, 별도로 NAD의 환원형인 NADPT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윤활유는 간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윤활유가 부족하면 구연산회로-호흡사슬-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에너지 발생이 중단된다. 인체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체온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손과 발의 운동은 물론 심장까지 뛰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알코올 1g이 7㎉의 열량을 만들어 낸다. 술을 마시고 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것 외에는 없다. 이때 만들어진 에너지는 잉여 에너지가 어디로 갈까? 이 에너지가 지방이 되어 간에 쌓인다.
알코올에 의한 대혼란의 결과로 먼저 간장 속에 지방이 쌓인다. 즉, 지방간이 형성된다. 여기에서의 지방은 중성지방을 뜻한다. 몸 곳곳에 축적되어 있던 지방이 간장 속으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방은 잉여의 상징으로 에너지가 남았을 때 간장에서 만들어진다. 2~3(대개 3개)의 지방산이라는 물질이 글리세롤(glycerol)이라는 물질에 쇠스랑 같은 모양으로 결합한다. 이것이 아포단백질(apoprotein)과 함께 피부밑이나 장기 조직의 틈이나 체내 등에 있어야 할 장소에 보내져서 저장된다.
지방은 신체에 큰 역할을 하는 물질은 아니나 피하에 축적되면 마치 두꺼운 외투를 입은 것처럼 몸의 피부 아래에 덮인다. 열의 발산을 방지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으나 여름에는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 부족 상태가 발생하면 지방은 하나하나의 지방산으로 나뉘어져서 혈액을 통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져 연료로 사용되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알코올은 지방을 동원하게 하면서도 지방산을 태우는 구연산회로-호흡사슬-이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 에너지 가마를 가동하는 데에는 윤활유 NDA가 필요하다. 항상 술을 마시면 간장 속에서 알코올 처리를 위해 NAD가 알코올부터 수분을 빨아들여 NADH가 된다. 이렇게 되면 NAD는 감소되고, NADH(NAD의 환원형)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지방 성분인 지방산의 분해에 필요한 NAD는 감소된 상태에서 동원된 지방산들은 갈 곳을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 방황하는 지방산들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진 NADH가 지방 합성의 윤활유로 작용하여 간장 속에 지방이 되고, 다시 간세포에 고이게 된다. 이것이 지방간이다.
비만인 사람도 지방간에 잘 걸리나 음주자의 지방간과는 구별된다. 장기간 그리고 대량으로 술을 마시는 음주자인 알코올중독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술을 전혀 못 한다고 발뼘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간단한 검사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혈액(정확히 혈청) 속에 있는 감마 GTP의 활성 측정으로 이를 구별할 수 있다.
감마 GTP란 간장, 신장, 소장의 세포막에 있는 효소의 하나로 아미노산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GPT의 수치는 점점 상승하여 100, 150까지에 이른다. 그러나 음주를 중단하면 내려가기 시작하여 몇 주 후면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의 수치인 40선까지 회복한다. 이 GPT 검사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간을 살펴보면 크고 작은 지방 방울을 간세포 속에서 볼 수 있다. 심할 때는 지방 방울 주위에 납작해진 간세포가 늘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것은 간소엽 중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간소엽이란 직경 1㎜ 높이 2㎜ 정도의 미세한 간장의 구분을 말한다. 문맥과 간동맥에서 흘러나온 혈액은 먼저 간정맥의 가지로 인도되어 흘러간다. 장에 흡수되어 문맥으로 들어온 지방산도 같은 길을 걷는다. 술을 안 마시고 2주 정도 지나면 간장 속의 지방 방울은 없어진다.
지방간은 일시적이며, 또 가역적으로 변화한다.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면 주위 혈관을 압박하여 간세포 사이의 피의 흐름이 나빠지고, 그 때문에 간세포가 나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간이 상당히 악화된 경우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간이 이렇게 침윤 당해 지방간이 악화되어도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중독자는 계속 술을 마신다. 간은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재분해도 제대로 못 하게 되고, 지방 대사도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되어 나중에는 간세포의 괴사에 이른다. 이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야만 비로소 위기를 느끼게 된다. 음주는 조직(뼈와 근육)에 있는 지방을 간으로 끌어들여 간이 온통 지방으로 뒤덮인 상태로 만들어 놓아 간의 기능을 저해하여 다음 단계로 옮겨가게 한다. 다음 단계는 간경변(간경화)이다.
지방간 증상은 다음과 같다. 계속된 음주로 지방이 고인 상태에서 몸이 왠지 모르게 나른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구연산회로의 가마를 지피지 않아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식욕도 감퇴되고, 배가 부른 것 같고, 조금 아픈 것 같은 일도 있다. 간장은 실제로 조금 부어서 켜져 있지만 아직은 부드럽다. 보통 황달을 잘 오지 않는다.
4)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
(1) 간섬유증(肝纖維症)
일정 기간 술을 많이 마시면 대부분 지방간이 되지만 지방간은 술을 2~3주만 마시지 않으면 자연 소멸된다. 그러나 이제 설명할 간경변(肝硬變)이 시작되면 완전한 단주를 하지 않는 한 5년 이내에 약 반수의 사람이 사망한다.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적 전환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알코올성 간섬유증을 거쳐 간경변에 이르는 길이다. 지방간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간장 속에 딱딱하고 질긴 가는 실 같은 단백질이 조금씩 증가하여 화학공장의 일터가 되는 간세포 하나하나를 둘러싸고 조이게 된다. 이 섬유는 간세포 사이에 그물눈처럼 퍼져 있는 가는 혈관 벽의 세포 등에서 만들어지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그것을 촉진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즉, 지방간에서 간섬유증(섬유간이라고 한다)으로 옮겨져서 점점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아직 확립된 학설은 아니나 그렇게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지방간 상태에서 섬유가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는 현재 연구 중이다.
간섬유증 환자의 증상은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의 중간을 나타내며, 간염 쪽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욕이 없어지고, 전신이 나른하며,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이 자주 일어난다. 간장도 10명 중 7, 8명은 비대해진다. 거미형 혈관 확장과 황달, 발열, 수장 홍반도 적지 않다. 긴 기능에도 대부분 이상이 발생한다. 환자의 반수 정도가 빈혈을 호소하며, 백혈구가 증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 알코올성 급성 간염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알코올성 간섬유증보다 알코올성 간염인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장의 간세포는 가는 파이프와 같은 미소관이 많이 이어져 있어 안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의 일부는 이 미소관을 통해 밖으로 방출된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이 미소관의 수가 줄어든다. 그것은 알코올에서 생겨나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이 미소관의 재료인 단백질을 중합하여 파이프 모양의 큰 분자가 되어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미소관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간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알부민(albumin) 등의 단백질이 점점 쌓이게 된다. 간세포의 벽은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어서 처음에는 간세포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로 끝난다. 이렇게 팽창된 상태를 간세포의 풍선화(ballooning)라 하며, 간소엽의 중심부에 나타난다.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간세포가 파괴되어 세포는 괴사하게 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간세포는 간세포 사이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간세포의 혈액 공급 부족을 유발하며, 세포 괴사에 박차를 가한다. 파괴된 곳에는 백혈구가 와서 파괴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한다. 이것이 알코올성 간염의 진행 과정이다.
알코올성 간염 중에서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는 것을 급성 간염이라 부른다. 일단 세포가 파괴된 뒤에는 몸 어디에서 파괴가 일어나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딱딱하고 가는 콜라겐의 실이 많이 생성되어 서로 연결되며, 질긴 그물처럼 되고, 이것이 간세포를 조여간다.
실의 조임이 시작되면 간세포 사이의 혈류 흐름도 나빠지고, 그에 따라 간세포의 괴사도 빠르게 진행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처리하기 위해 간장은 많은 산소를 사용한다. 건강한 간장은 혈액을 많이 흐르게 하여 수요의 증가에 대처하고 있으나 만약 어떤 이유로 이 대처가 부족하게 되면 간세포는 산소 부족 상태가 된다. 이것이 간세포를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염에는 간장 세포의 핵 주위에 사슴뿔 모양의 말로리(Mallory) 소체가 생기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이 가운데는 실 모양의 단백질 프레케라틴(Prekeratin)과 사이토케라틴(Sytokeratin)이 들어 있고, 환자의 혈액 속에는 이에 대항하는 항체도 있다. 음주자의 간장 속에 있는 비타민A가 줄어들면 그 같은 실 모양의 단백질이 생긴다는 설이 있다.
알코올성 간염의 증상은 음주량이 갑자기 늘어난 뒤에 바로 시작되는 일이 많다. 대부분 전신이 나른하고,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역질, 복통이 다음으로 많다. 황달도 반수 이상에서 보이고, 거미 모양의 혈관 확장도 많고, 수장 홍반도 적지 않다. 그리고 배에 물이 차고, 비장이 커지기도 한다. 간 기능도 간경변에 가까운 빈도로 이상을 나타낸다.
(3)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악성 작용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앞에서 말한 파이프 형성을 방해하는 것 외에도 간장에 해로운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다수 있으며, 여기에 구연산회로도 있고,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의 80%를 담당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 제1형(ALDH1)도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호흡사슬의 작용을 약화시킨다. 이런 약화 현상이 일어나면 ALDH1이 아세트알데하이드에서 빼앗은 수소를 산화 처리할 수 없게 되며, ALDH1 자체의 작용도 나빠져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처리되지 못한 채 쌓이게 된다. 쌓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호흡사슬을 상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악성 작용의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것이 숙취의 원인이기도 하다.
세포 속에는 소포체(小胞體)라는 그물눈 같은 하나의 시스템이 있다. 여기에서 각종 단백질이나 지질의 합성 등 여러 가지 일이 이루어진다. 알코올 처리의 두 번째 기구와 각종 약물의 해독 기구의 주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의 일부분도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여기서 이루어진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수산기와 결합하면 수산기를 갖는 화합물의 하나인 글루타티온(glutathions)이란 물질이 감소된다. 그 결과 지질과산화물이라는 세포 방해 물질이 증가한다. 단백질의 변성과 막구조의 파괴 등이 그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면 알코올 처리의 두 번째 기구가 점점 더 활발해진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두 번째 처리 기구를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계(MEOS)라 한다. 에탄올은 알코올의 정식 화학명이다. MEOS가 담당하는 몫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의 20%에 지나지 않으나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50%나 된다. MEOS는 소포체에 있으므로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소포체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소포체에는 비교적 능률이 나쁜 ALDH2형밖에 없으므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게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소포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과 결합하기 쉽고,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에 의해 간세포가 상하게 된다.
(4) 알코올성 만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중에는 술을 계속 마시지 않아도 병이 진행되는 것이 있다. 이것을 알코올성 만성 간염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간이 알코올로 손상된 상태에서 계속 마시지 않는 것, 즉 가끔 간헐적으로라도 마시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병의 발생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알코올 때문에 간 세포막이 변질되면 그 부분은 마치 이물질이 침입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물질을 밖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생체에 대한 적과 동일시한다. 이런 생체에 침입한 이물질을 항원(抗原)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 기구가 작용하여 백혈구에서 항원을 겨누어 쏘는 항체와 감작(感作) T임파구를 만든다.
항체나 감작 T임파구도 침입자만 조준하여 쏘는 극히 선택성이 높은 일을 한다. 세포막이 알코올 때문에 변질되면 차례차례 조준하여 쏘는 일을 시작하며 멈출 줄을 모른다. 즉, 변질된 세포막이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이다. 최근 이것이 만성 간염이라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병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도 알코올성 급성 간염과는 확실히 다르다. 증상으로는 알코올성 급성 간염보다 가벼워서 간장이 붓는 것은 반수 이하이고, 발열, 황달, 거미형 혈관 확장도 훨씬 적다. 간 기능의 패턴도 조금 다르다. 빈혈과 백혈구의 증가도 적다. 그러나 조금씩 진행되는 점이 무섭다.
(5) 간경변의 증상
지방간이 언제까지나 지방간으로 머물러 있다면 술에 의한 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치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계속 마시면 간장은 경화되고, 작게 오그라들어 버린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간경변으로 진행된 간은 부드럽고 비대해진 지방간의 간장과는 크게 다르다.
간경변 초기의 간장은 색깔이 황색이고, 비교적 부드럽고, 오히려 크다. 살아남은 간세포에서 재생된 간세포의 덩어리는 작은 입자가 모여 있어서 간세포군의 틈을 메우는 섬유 성분은 아직 생각보다 적다. 바이러스성 간염 후에 일어나는 간경변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더욱 진행되면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진행된 간병변은 규모가 축소된 화학공장과도 같다. 엉성해진 간세포의 틈새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구석구석에까지 굳은 콜라젠 실이 서로 연결되어 남아 있는 간세포를 서서히 조인다. 그래서 간장은 오그라들며 딱딱하게 굳어간다. 간장 전체의 기능은 크기가 작아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저하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말기에는 본래 간장에서 배설되어야 하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황색 색소가 쌓여서 피부가 노랗게 되고, 눈의 흰자도 노랗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황달이다.
또 본래 간장에서 해독되지 않으면 안 되는 물질, 즉 암모니아 같은 것도 쌓이고, 많아지면 의식이 혼탁해진다. 이것이 간성 혼수(肝性 昏睡)다.
한편 간장이 딱딱해지고 줄어들어 혈액의 통로가 좁아지기 때문에 문맥에서 간장으로 들어간 다음 다시 간정맥을 통해 빠져나가야 할 다량의 혈액이 간장에서 막히게 된다. 문맥은 혈액으로 가득 차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때늦게 수분이 문맥의 가지에 해당하는 가는 모세혈관벽에서 뱃속으로 스며들어 장이나 배의 내장 사이에 고인다. 이것이 복수(腹水)다. 이 복수를 처음에는 음식이나 음료를 많이 마셔 배가 부른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차차 배는 임산부의 복부처럼 부풀어 오르므로 비로소 복수인 것을 깨닫게 된다.
배에 복수가 차면 숨이 가쁘고 복부 전체에 압박감을 느껴 고통을 호소하게 되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일시적 구급책으로 의사가 복수의 물을 뽑아내지만, 꺼졌던 배는 다음 날이면 전날보다 더욱 많은 물이 찬다.
복부의 배꼽을 중심으로 상하좌우로는 푸른 정맥이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두드러져 나오고, 간에 있는 혈관들이 폐색되며, 식도와 위와 비장에도 혈액이 저류(貯留)해서 그 정맥들이 부풀어 오른다. 인체를 한 바퀴 돌고온 혈액이 간장이 굳어져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고 식도정맥으로 역류하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것이 식도정맥의 파열이다.
특히 식도 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마치 풍선이 터지듯 터져버리면 다량의 출혈을 일으켜 빈사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태를 식도 정맥 파열이라 부른다. 이런 증세는 식도 정맥 혹은 간경변 환자의 80%가량에서 볼 수 있으며, 간경변 환자들 중 1/3에게서 파열에 의한 출혈이 일어난다. 치료 후 출혈의 재발률도 매우 높다.
또 간경변증에서 간과할 수 없는 증상으로 지주망혈관종(蜘蛛網血管腫)이라는 것이 있다. 혈관이 어깨, 목, 가슴, 팔 등에 가늘고 붉은색이 거미줄 모양으로 퍼져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모두 자주망혈관종의 말기 증상에 해당되며 치유 가능성보다 치우 불가능에 가깝다.
간경변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식도정맥류 파열에 의한 출혈사거나, 담즘이 혈액에 축적되어 혈중 알부민이 저하되고, 암모니아가 혈중에 증가하면서 간성혼수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영양 장애와 전신 쇠약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어 증세가 말기에 이르면 남성 환자에게서 여성화 현상이 보인다. 환자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고, 목소리도 여성처럼 가늘어진다.
정상 상태에서 인간은 남녀 모두 양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나 남성은 평소에 여성 호르몬이 억제되고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여성은 반대로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고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남성은 남성의 상징을, 여성은 여성의 상징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간경변 환자의 경우에는 알코올에 의해 이미 간세포가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섬유화로 굳어질 대로 굳어진 간장은 해내야 할 남녀 성호르몬의 조절 작용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남성에서 생성되는 여성 호르몬을 파괴하는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남성의 신체는 결국 여성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보다 많아져 여상화 현상이 일어난다. 유방이 커지고 수염도 성겨지는 등 남성다운 용모를 상실한다.
여성에게도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유방이 작아지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코 밑에 검은 수염이 돋아난다. 피부도 남성처럼 거칠어진다.
(6) 간경변의 사망률
간경변은 일단 걸리기만 하면 5년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술을 끊어도 5년 이내에 40%가 사망하며 끊지 못하면 60%가 사망한다. 사망 원인은 식도 정맥의 파열에 의한 대량 출혈이거나 간 기능 악화에 의한 간성 혼수, 간암 발생에 의한 경우가 많다.
간경변 초기 증상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감퇴되는 등은 지방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슥거림, 구역질, 복통 같은 것은 지방간보다 심하다. 그러나 더욱 심화되면 발열, 황달, 복수, 간장이나 비장의 비대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알코올성 급성 간염 후의 간경변으로 간장이 부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이러스성 후에 오는 간경변과는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은 가슴 부위의 피부 특히 쇄골의 바로 밑 부근에 거미형 혈관 확장이 보인다. 간 기능은 대부분 나빠지고, 황달도 반수 이상에 나타나고, 빈혈도 반수 가까이 나타난다. 백혈구 증가도 적다. 이것이 간장이 파괴되는 모습이다.
이직 한국의 경우 알코올성 간경변의 사망률은 보고된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알코올성 간경변의 발생 비율이 1983년에 28.7%에 이르렀으며, 간경변으로 사망한 인구는 10만 명당 148명이었다. 알코올 소비량이 많은 구미의 경우 더욱 심하여 프랑스는 10만 명당 578명이라는 통계 조사 보고가 있다.
1. 알코올이 간장에 끼치는 해
1) 음주에 의한 간장의 혼란
간장은 종합화학공장이다. 인체가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섭취하면 그 영양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인체가 사용할 수 있는 물질로 바꾸어 주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인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음식물을 먹는다. 그 음식물 중 탄수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탄수화물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간에서 탄수화물을 글리코겐으로 변화시켜 주고, 그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으로 만들어 인체의 엔진 역할을 하는 구연산회로 또는 호흡사슬이라 부르는 곳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와 만나 연소되면 에너지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 에너지로 모든 장기가 활동하며 살아간다.
간장은 가장 충직한 장기다. 간장은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인체 보호를 위해 그 독성 제거에 전력을 다한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장은 알코올을 무조건 독으로 인식하고 독성 제거에 집중한다. 인체의 모든 장기가 알코올의 독기에 마비되어 제 기능을 정지하고 있을 때에도 간장은 휴식도 없이 알코올을 처리한다.
간장은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은 그 독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한 번에 무독 처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은 인체에 들어온 알코올을 처리하여 우선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꾸어 놓는다. 다음에 이것을 아세트산으로 바꾸어 놓는다.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다시 아세트산이 되는 과정에서 알코올의 산화 처리에 필수적인 윤활유와 반응 촉진제(신진대사물질)가 다량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 윤활유는 간장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이것은 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물질의 합성과 분해하는 다른 화학 과정에도 필요하다. 이 물질이 없으면 구연산회로-호흡사슬-마저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발생은 중단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손발의 운동은 물론 심장조차 움직이지 않게 된다.
간장의 소임은 알코올을 처리하는 것만은 아니다. 윤활유 부족에 의한 혼란은 대량의 알코올을 처리할 때 특히 강하게 일어난다. 숙취 상태에 있는 사람의 간장은 그 같은 혼란에 빠진다. 이 혼란은 간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몸 전체가 간잔 혼란의 영향을 받는다.
2) 간장의 활동 변화
만성적으로 술을 계속 마실 때 간장의 작용은 정상으로부터 변화한다. 그중 괄목할 만한 것은 알코올 처리 능력의 향상이다. 간장이 알코올에 익숙해짐에 따라 처음에 처리했던 양보다 더욱 많은 양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만 그 결과로 생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처리하는 능력은 점점 저하되어 간다.
이것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간장의 세포 속에서 우주선처럼 유영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를 상하게 함으로 알코올 처리 중에 사용되어 변해버린 윤활유의 재생 능력이 떨어져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에 작용하는 고능력의 효소인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 1형(ALDH)의 작용도 둔해지기 때문이다.
간장에 모인 아세트알데하이드 일부는 넘쳐서 혈액 속으로 흘러든다. 따라서 혈액 속의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는 자연 높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다시 손상되고, 이런 상태로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이런 악순환이 음주를 계속하는 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계속 술을 마시고 있으면 간장 속에서 윤활유인 조효소 NAD가 감소되고, NADH(NAD의 환원형)가 넘치게 된다. 알코올 처리를 위해 NAD가 알코올로부터 수소를 받아들여 NADH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 성분인 지방산을 분해하기 어렵게 되고, 반대로 중성지방이 점차 증가한다. 구연산회로의 가마 활동 횟수는 줄고, 태우는 연료의 총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에너지가 적어지고, 에너지의 운반 물질인 ATP(아데노신삼인산)가 조금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 포도당도 조금밖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에서 포도당 공급이 중단되면 저혈당이라는 긴급 사태에 빠져버린다.
한편 락트산(유산 또는 젖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통풍 발작이 유발되는 일이 있다. 락트산은 신장의 요산 배설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락트산이 증가하면 간장에서 콜라겐이라는 굳은 실 모양의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이 간장의 섬유화에도 한몫한다.
3) 알코올과 지방간
의사들은 술을 완전히 끊지 못하더라도 한번 마시면 적어도 1주일은 마시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이유는 지방간 때문이다. 그러나 기름기 있는 음식은 고사하고 곡기를 끊고 오직 술만 마시는 술꾼들이 알코올중독자인데 간에 기름이 낀다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이미 보았듯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이것이 다시 아세트산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 처리에는 윤활유인 NAD가 필요하며, 별도로 NAD의 환원형인 NADPT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윤활유는 간장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윤활유가 부족하면 구연산회로-호흡사슬-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에너지 발생이 중단된다. 인체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체온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손과 발의 운동은 물론 심장까지 뛰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가 나온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알코올 1g이 7㎉의 열량을 만들어 낸다. 술을 마시고 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는 것 외에는 없다. 이때 만들어진 에너지는 잉여 에너지가 어디로 갈까? 이 에너지가 지방이 되어 간에 쌓인다.
알코올에 의한 대혼란의 결과로 먼저 간장 속에 지방이 쌓인다. 즉, 지방간이 형성된다. 여기에서의 지방은 중성지방을 뜻한다. 몸 곳곳에 축적되어 있던 지방이 간장 속으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방은 잉여의 상징으로 에너지가 남았을 때 간장에서 만들어진다. 2~3(대개 3개)의 지방산이라는 물질이 글리세롤(glycerol)이라는 물질에 쇠스랑 같은 모양으로 결합한다. 이것이 아포단백질(apoprotein)과 함께 피부밑이나 장기 조직의 틈이나 체내 등에 있어야 할 장소에 보내져서 저장된다.
지방은 신체에 큰 역할을 하는 물질은 아니나 피하에 축적되면 마치 두꺼운 외투를 입은 것처럼 몸의 피부 아래에 덮인다. 열의 발산을 방지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으나 여름에는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 부족 상태가 발생하면 지방은 하나하나의 지방산으로 나뉘어져서 혈액을 통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져 연료로 사용되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알코올은 지방을 동원하게 하면서도 지방산을 태우는 구연산회로-호흡사슬-이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 에너지 가마를 가동하는 데에는 윤활유 NDA가 필요하다. 항상 술을 마시면 간장 속에서 알코올 처리를 위해 NAD가 알코올부터 수분을 빨아들여 NADH가 된다. 이렇게 되면 NAD는 감소되고, NADH(NAD의 환원형)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지방 성분인 지방산의 분해에 필요한 NAD는 감소된 상태에서 동원된 지방산들은 갈 곳을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 방황하는 지방산들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진 NADH가 지방 합성의 윤활유로 작용하여 간장 속에 지방이 되고, 다시 간세포에 고이게 된다. 이것이 지방간이다.
비만인 사람도 지방간에 잘 걸리나 음주자의 지방간과는 구별된다. 장기간 그리고 대량으로 술을 마시는 음주자인 알코올중독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술을 전혀 못 한다고 발뼘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간단한 검사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혈액(정확히 혈청) 속에 있는 감마 GTP의 활성 측정으로 이를 구별할 수 있다.
감마 GTP란 간장, 신장, 소장의 세포막에 있는 효소의 하나로 아미노산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GPT의 수치는 점점 상승하여 100, 150까지에 이른다. 그러나 음주를 중단하면 내려가기 시작하여 몇 주 후면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의 수치인 40선까지 회복한다. 이 GPT 검사로 음주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간을 살펴보면 크고 작은 지방 방울을 간세포 속에서 볼 수 있다. 심할 때는 지방 방울 주위에 납작해진 간세포가 늘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것은 간소엽 중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간소엽이란 직경 1㎜ 높이 2㎜ 정도의 미세한 간장의 구분을 말한다. 문맥과 간동맥에서 흘러나온 혈액은 먼저 간정맥의 가지로 인도되어 흘러간다. 장에 흡수되어 문맥으로 들어온 지방산도 같은 길을 걷는다. 술을 안 마시고 2주 정도 지나면 간장 속의 지방 방울은 없어진다.
지방간은 일시적이며, 또 가역적으로 변화한다.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면 주위 혈관을 압박하여 간세포 사이의 피의 흐름이 나빠지고, 그 때문에 간세포가 나쁜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간이 상당히 악화된 경우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간이 이렇게 침윤 당해 지방간이 악화되어도 자각증상이 없으므로 중독자는 계속 술을 마신다. 간은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재분해도 제대로 못 하게 되고, 지방 대사도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되어 나중에는 간세포의 괴사에 이른다. 이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야만 비로소 위기를 느끼게 된다. 음주는 조직(뼈와 근육)에 있는 지방을 간으로 끌어들여 간이 온통 지방으로 뒤덮인 상태로 만들어 놓아 간의 기능을 저해하여 다음 단계로 옮겨가게 한다. 다음 단계는 간경변(간경화)이다.
지방간 증상은 다음과 같다. 계속된 음주로 지방이 고인 상태에서 몸이 왠지 모르게 나른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구연산회로의 가마를 지피지 않아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식욕도 감퇴되고, 배가 부른 것 같고, 조금 아픈 것 같은 일도 있다. 간장은 실제로 조금 부어서 켜져 있지만 아직은 부드럽다. 보통 황달을 잘 오지 않는다.
4) 알코올성 간염과 간경변
(1) 간섬유증(肝纖維症)
일정 기간 술을 많이 마시면 대부분 지방간이 되지만 지방간은 술을 2~3주만 마시지 않으면 자연 소멸된다. 그러나 이제 설명할 간경변(肝硬變)이 시작되면 완전한 단주를 하지 않는 한 5년 이내에 약 반수의 사람이 사망한다.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질적 전환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알코올성 간섬유증을 거쳐 간경변에 이르는 길이다. 지방간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간장 속에 딱딱하고 질긴 가는 실 같은 단백질이 조금씩 증가하여 화학공장의 일터가 되는 간세포 하나하나를 둘러싸고 조이게 된다. 이 섬유는 간세포 사이에 그물눈처럼 퍼져 있는 가는 혈관 벽의 세포 등에서 만들어지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그것을 촉진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즉, 지방간에서 간섬유증(섬유간이라고 한다)으로 옮겨져서 점점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아직 확립된 학설은 아니나 그렇게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지방간 상태에서 섬유가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는 현재 연구 중이다.
간섬유증 환자의 증상은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의 중간을 나타내며, 간염 쪽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욕이 없어지고, 전신이 나른하며, 메스꺼움, 구토, 복통 등이 자주 일어난다. 간장도 10명 중 7, 8명은 비대해진다. 거미형 혈관 확장과 황달, 발열, 수장 홍반도 적지 않다. 긴 기능에도 대부분 이상이 발생한다. 환자의 반수 정도가 빈혈을 호소하며, 백혈구가 증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 알코올성 급성 간염
지방간에서 간경변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알코올성 간섬유증보다 알코올성 간염인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장의 간세포는 가는 파이프와 같은 미소관이 많이 이어져 있어 안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의 일부는 이 미소관을 통해 밖으로 방출된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이 미소관의 수가 줄어든다. 그것은 알코올에서 생겨나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이 미소관의 재료인 단백질을 중합하여 파이프 모양의 큰 분자가 되어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 미소관의 수가 줄어들게 되면 간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알부민(albumin) 등의 단백질이 점점 쌓이게 된다. 간세포의 벽은 어느 정도 탄력성이 있어서 처음에는 간세포가 부풀어 오르는 정도로 끝난다. 이렇게 팽창된 상태를 간세포의 풍선화(ballooning)라 하며, 간소엽의 중심부에 나타난다.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간세포가 파괴되어 세포는 괴사하게 된다. 이렇게 부풀어 오른 간세포는 간세포 사이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간세포의 혈액 공급 부족을 유발하며, 세포 괴사에 박차를 가한다. 파괴된 곳에는 백혈구가 와서 파괴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한다. 이것이 알코올성 간염의 진행 과정이다.
알코올성 간염 중에서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는 것을 급성 간염이라 부른다. 일단 세포가 파괴된 뒤에는 몸 어디에서 파괴가 일어나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딱딱하고 가는 콜라겐의 실이 많이 생성되어 서로 연결되며, 질긴 그물처럼 되고, 이것이 간세포를 조여간다.
실의 조임이 시작되면 간세포 사이의 혈류 흐름도 나빠지고, 그에 따라 간세포의 괴사도 빠르게 진행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처리하기 위해 간장은 많은 산소를 사용한다. 건강한 간장은 혈액을 많이 흐르게 하여 수요의 증가에 대처하고 있으나 만약 어떤 이유로 이 대처가 부족하게 되면 간세포는 산소 부족 상태가 된다. 이것이 간세포를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성 간염에는 간장 세포의 핵 주위에 사슴뿔 모양의 말로리(Mallory) 소체가 생기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다. 이 가운데는 실 모양의 단백질 프레케라틴(Prekeratin)과 사이토케라틴(Sytokeratin)이 들어 있고, 환자의 혈액 속에는 이에 대항하는 항체도 있다. 음주자의 간장 속에 있는 비타민A가 줄어들면 그 같은 실 모양의 단백질이 생긴다는 설이 있다.
알코올성 간염의 증상은 음주량이 갑자기 늘어난 뒤에 바로 시작되는 일이 많다. 대부분 전신이 나른하고,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역질, 복통이 다음으로 많다. 황달도 반수 이상에서 보이고, 거미 모양의 혈관 확장도 많고, 수장 홍반도 적지 않다. 그리고 배에 물이 차고, 비장이 커지기도 한다. 간 기능도 간경변에 가까운 빈도로 이상을 나타낸다.
(3)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악성 작용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앞에서 말한 파이프 형성을 방해하는 것 외에도 간장에 해로운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다수 있으며, 여기에 구연산회로도 있고,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의 80%를 담당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 제1형(ALDH1)도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호흡사슬의 작용을 약화시킨다. 이런 약화 현상이 일어나면 ALDH1이 아세트알데하이드에서 빼앗은 수소를 산화 처리할 수 없게 되며, ALDH1 자체의 작용도 나빠져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처리되지 못한 채 쌓이게 된다. 쌓인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다시 호흡사슬을 상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악성 작용의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것이 숙취의 원인이기도 하다.
세포 속에는 소포체(小胞體)라는 그물눈 같은 하나의 시스템이 있다. 여기에서 각종 단백질이나 지질의 합성 등 여러 가지 일이 이루어진다. 알코올 처리의 두 번째 기구와 각종 약물의 해독 기구의 주요 부분도 여기에 있다. 아세트알데하이드 처리의 일부분도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여기서 이루어진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수산기와 결합하면 수산기를 갖는 화합물의 하나인 글루타티온(glutathions)이란 물질이 감소된다. 그 결과 지질과산화물이라는 세포 방해 물질이 증가한다. 단백질의 변성과 막구조의 파괴 등이 그 때문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면 알코올 처리의 두 번째 기구가 점점 더 활발해진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다. 두 번째 처리 기구를 마이크로솜 에탄올 산화계(MEOS)라 한다. 에탄올은 알코올의 정식 화학명이다. MEOS가 담당하는 몫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 체내에 들어온 알코올의 20%에 지나지 않으나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50%나 된다. MEOS는 소포체에 있으므로 만성 대량 음주자에게는 소포체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많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소포체에는 비교적 능률이 나쁜 ALDH2형밖에 없으므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쌓이게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소포체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과 결합하기 쉽고, 강한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에 의해 간세포가 상하게 된다.
(4) 알코올성 만성 간염
알코올성 간염 중에는 술을 계속 마시지 않아도 병이 진행되는 것이 있다. 이것을 알코올성 만성 간염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술을 완전히 끊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간이 알코올로 손상된 상태에서 계속 마시지 않는 것, 즉 가끔 간헐적으로라도 마시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병의 발생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알코올 때문에 간 세포막이 변질되면 그 부분은 마치 이물질이 침입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물질을 밖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생체에 대한 적과 동일시한다. 이런 생체에 침입한 이물질을 항원(抗原)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 기구가 작용하여 백혈구에서 항원을 겨누어 쏘는 항체와 감작(感作) T임파구를 만든다.
항체나 감작 T임파구도 침입자만 조준하여 쏘는 극히 선택성이 높은 일을 한다. 세포막이 알코올 때문에 변질되면 차례차례 조준하여 쏘는 일을 시작하며 멈출 줄을 모른다. 즉, 변질된 세포막이 집중 공격을 받는 것이다. 최근 이것이 만성 간염이라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 병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도 알코올성 급성 간염과는 확실히 다르다. 증상으로는 알코올성 급성 간염보다 가벼워서 간장이 붓는 것은 반수 이하이고, 발열, 황달, 거미형 혈관 확장도 훨씬 적다. 간 기능의 패턴도 조금 다르다. 빈혈과 백혈구의 증가도 적다. 그러나 조금씩 진행되는 점이 무섭다.
(5) 간경변의 증상
지방간이 언제까지나 지방간으로 머물러 있다면 술에 의한 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치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을 계속 마시면 간장은 경화되고, 작게 오그라들어 버린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간경변으로 진행된 간은 부드럽고 비대해진 지방간의 간장과는 크게 다르다.
간경변 초기의 간장은 색깔이 황색이고, 비교적 부드럽고, 오히려 크다. 살아남은 간세포에서 재생된 간세포의 덩어리는 작은 입자가 모여 있어서 간세포군의 틈을 메우는 섬유 성분은 아직 생각보다 적다. 바이러스성 간염 후에 일어나는 간경변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더욱 진행되면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진행된 간병변은 규모가 축소된 화학공장과도 같다. 엉성해진 간세포의 틈새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구석구석에까지 굳은 콜라젠 실이 서로 연결되어 남아 있는 간세포를 서서히 조인다. 그래서 간장은 오그라들며 딱딱하게 굳어간다. 간장 전체의 기능은 크기가 작아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저하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말기에는 본래 간장에서 배설되어야 하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황색 색소가 쌓여서 피부가 노랗게 되고, 눈의 흰자도 노랗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황달이다.
또 본래 간장에서 해독되지 않으면 안 되는 물질, 즉 암모니아 같은 것도 쌓이고, 많아지면 의식이 혼탁해진다. 이것이 간성 혼수(肝性 昏睡)다.
한편 간장이 딱딱해지고 줄어들어 혈액의 통로가 좁아지기 때문에 문맥에서 간장으로 들어간 다음 다시 간정맥을 통해 빠져나가야 할 다량의 혈액이 간장에서 막히게 된다. 문맥은 혈액으로 가득 차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때늦게 수분이 문맥의 가지에 해당하는 가는 모세혈관벽에서 뱃속으로 스며들어 장이나 배의 내장 사이에 고인다. 이것이 복수(腹水)다. 이 복수를 처음에는 음식이나 음료를 많이 마셔 배가 부른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차차 배는 임산부의 복부처럼 부풀어 오르므로 비로소 복수인 것을 깨닫게 된다.
배에 복수가 차면 숨이 가쁘고 복부 전체에 압박감을 느껴 고통을 호소하게 되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일시적 구급책으로 의사가 복수의 물을 뽑아내지만, 꺼졌던 배는 다음 날이면 전날보다 더욱 많은 물이 찬다.
복부의 배꼽을 중심으로 상하좌우로는 푸른 정맥이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두드러져 나오고, 간에 있는 혈관들이 폐색되며, 식도와 위와 비장에도 혈액이 저류(貯留)해서 그 정맥들이 부풀어 오른다. 인체를 한 바퀴 돌고온 혈액이 간장이 굳어져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고 식도정맥으로 역류하다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것이 식도정맥의 파열이다.
특히 식도 정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마치 풍선이 터지듯 터져버리면 다량의 출혈을 일으켜 빈사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태를 식도 정맥 파열이라 부른다. 이런 증세는 식도 정맥 혹은 간경변 환자의 80%가량에서 볼 수 있으며, 간경변 환자들 중 1/3에게서 파열에 의한 출혈이 일어난다. 치료 후 출혈의 재발률도 매우 높다.
또 간경변증에서 간과할 수 없는 증상으로 지주망혈관종(蜘蛛網血管腫)이라는 것이 있다. 혈관이 어깨, 목, 가슴, 팔 등에 가늘고 붉은색이 거미줄 모양으로 퍼져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모두 자주망혈관종의 말기 증상에 해당되며 치유 가능성보다 치우 불가능에 가깝다.
간경변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식도정맥류 파열에 의한 출혈사거나, 담즘이 혈액에 축적되어 혈중 알부민이 저하되고, 암모니아가 혈중에 증가하면서 간성혼수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영양 장애와 전신 쇠약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사태가 악화되어 증세가 말기에 이르면 남성 환자에게서 여성화 현상이 보인다. 환자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고, 목소리도 여성처럼 가늘어진다.
정상 상태에서 인간은 남녀 모두 양성 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나 남성은 평소에 여성 호르몬이 억제되고 남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여성은 반대로 남성 호르몬이 억제되고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남성은 남성의 상징을, 여성은 여성의 상징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간경변 환자의 경우에는 알코올에 의해 이미 간세포가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섬유화로 굳어질 대로 굳어진 간장은 해내야 할 남녀 성호르몬의 조절 작용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남성에서 생성되는 여성 호르몬을 파괴하는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남성의 신체는 결국 여성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보다 많아져 여상화 현상이 일어난다. 유방이 커지고 수염도 성겨지는 등 남성다운 용모를 상실한다.
여성에게도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유방이 작아지고, 목소리가 굵어지고 코 밑에 검은 수염이 돋아난다. 피부도 남성처럼 거칠어진다.
(6) 간경변의 사망률
간경변은 일단 걸리기만 하면 5년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술을 끊어도 5년 이내에 40%가 사망하며 끊지 못하면 60%가 사망한다. 사망 원인은 식도 정맥의 파열에 의한 대량 출혈이거나 간 기능 악화에 의한 간성 혼수, 간암 발생에 의한 경우가 많다.
간경변 초기 증상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감퇴되는 등은 지방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슥거림, 구역질, 복통 같은 것은 지방간보다 심하다. 그러나 더욱 심화되면 발열, 황달, 복수, 간장이나 비장의 비대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알코올성 급성 간염 후의 간경변으로 간장이 부어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이러스성 후에 오는 간경변과는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대부분은 가슴 부위의 피부 특히 쇄골의 바로 밑 부근에 거미형 혈관 확장이 보인다. 간 기능은 대부분 나빠지고, 황달도 반수 이상에 나타나고, 빈혈도 반수 가까이 나타난다. 백혈구 증가도 적다. 이것이 간장이 파괴되는 모습이다.
이직 한국의 경우 알코올성 간경변의 사망률은 보고된 적이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알코올성 간경변의 발생 비율이 1983년에 28.7%에 이르렀으며, 간경변으로 사망한 인구는 10만 명당 148명이었다. 알코올 소비량이 많은 구미의 경우 더욱 심하여 프랑스는 10만 명당 578명이라는 통계 조사 보고가 있다.